갖은 얼차려로 일도에게 군대의 "쓴 맛"을 보여준 호철. 호철 입장에서 일도는 첫사랑을 빼앗은 천하의 의리없는 녀석이지만 이로써 일도에게 호철은 지옥같은 군생활 기억을 남긴 악마같은 존재가 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서로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일단락이 됐다. 호철은 제대 후 고향 영덕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자리를 잡았고 일도는 경찰관이 돼 서울에서 근무한다.
10여년간 끊겼던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은 일도가 영덕 근무를 명받으면서 다시 이어진다. 마침 일도가 이사온 곳은 호철의 바로 옆집. 두 친구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티격태격한다.
10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 "잘못된 만남"의 출발은 신선하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두 캐릭터의 개성이 명확하고 그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캐릭터들과 이들 사이에 풍성한 에피소드가 결합한다면 볼만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될성부른 떡잎 정도는 되는 셈이다.
하지만 "출사표"와 달리 영화는 캐릭터 설정부터 삐걱거린다. 두 사람이 앙숙이 되는 과거의 모습이 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두 캐릭터의 갈등은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캐릭터가 설정되는 과정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나 이들이 다시 만난 이후 줄거리 전개가 평범하게 이어진다는 것 역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담담히 흘러가던 영화는 이제는 한물간 스타일인 과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처럼 갑작스러운 액션과 감동 스토리로 "점프"한다. 틈만 나면 으르렁대던 두 인물이 그다지 설득력 없는 과정을 통해 하나로 뭉치게 되니 막판에 등장하는 정웅인, 성지루 두 배우의 열연은 생뚱맞아 보일 뿐이다.
"역사속으로", "인물 한국사" 등 TV 프로그램으로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정영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5월 말 개봉한 "방울 토마토"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감독이 한달여만에 다시 관객들에 선보인 차기작이다.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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