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라벤더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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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벤더의 연인들
  • 이경철
  • 승인 2008.06.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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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이 성성한 할머니 두 명이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열일곱 살 소녀처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활자 매체와 달리 영상 매체 속에 담긴 황혼의 사랑은 젊은 관객의 공감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국 영화 "라벤더의 연인들"은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한 폭의 풍경화같은 전원,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섬세한 감정 묘사에 힘입어 호소력있는 목소리를 낸다.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 재닛(매기 스미스)과 우슐라(주디 덴치) 자매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중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어느 날 바닷가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한 청년(다니엘 브륄)을 발견한다.

며칠 뒤 청년은 눈을 뜨지만 폴란드 출신이라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안드레아라는 이름의 이 청년을 정성껏 간호하고 영어도 가르치면서 평온했던 자매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안드레아는 알고 보니 바이올리니스트다. 안드레아는 이웃에게서 빌린 바이올린으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잠시 마을을 방문한 정체불명의 여자(나타샤 매켈혼)가 이 음악을 듣고 발길을 멈춘다.

잔잔한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주디 덴치와 매기 스미스라는 영국 출신 베테랑 배우들이다. 이들의 진솔한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104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훌쩍 흘러간다.

"전망 좋은 방", "미세스 브라운" 등으로 영국 아카데미상을 5번이나 거머쥔 배우 주디 덴치는 뒤늦게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서 소녀처럼 팔랑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우슐라 역을 맡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또 "미스 진 브론디의 전성기"로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젊은 관객에게도 이름을 알린 매기 스미스가 재닛을 연기했다. 청년을 향한 동생의 마음을 눈치챈 뒤 마음 속 미묘한 떨림을 감추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하는 모습에서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배우 출신 찰스 댄스 감독은 장편 연출 데뷔작인 "라벤더의 연인들"에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느릿느릿 차분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짚어나간다. 무리하지 않은 감정 표현과 극적 전개로 관객은 세대와 상관없이 편안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청년으로부터 시간차를 두고 꺾은 꽃 다발을 받은 두 노인의 표정 변화나 자매의 사소한 말다툼, 청년과 노인들의 오해와 화해 등 영화의 순간 순간에 댄스 감독과 배우들은 신중하고도 영리한 선택을 내린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이번 영화에도 참여해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전체 관람가. 내달 3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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