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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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원티드
  • 이경철
  • 승인 2008.06.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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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활동해온 카자흐스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내 놓은 신작 "원티드(Wanted)"의 장점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현란한 스타일에 있다.

이미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서구 감독들이 "최고의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 인정한 이 괴짜 감독은 세상의 시간이나 공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한다.

이 때문에 총알이 머릿속에 박혀있다가 암살자의 총구로 빨려들어가기도 하고 방금 쓰러진 주인공은 다음 순간 건강해져 달리는 철도 위에서 액션을 펼친다.

화면의 속도 역시 같은 장면에서도 자유자재로 변한다. 총알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공기의 파장까지 미세하게 느린 화면으로 담아내던 카메라는 다음 순간 날렵하게 총질을 해대는 인물들을 짧게 훑는다.

회사원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더할 나위 없이 답답한 삶을 살고 있다. 신경안정제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소심한 그에게 삶은 벗어나고 싶은 현실로 가득 차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주눅들고, 얄미운 친구에게는 이용만 당하고, 여자친구는 그런 친구와 바람이나 피우는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따분한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생긴다. 섹시한 킬러 폭스(앤젤리나 졸리)를 만나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 것.

폭스로부터 어릴 적 집을 떠났던 아버지가 사실은 암살조직의 킬러였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웨슬리는 그동안의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 킬러가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를 뛰어넘는 재치있는 발상을 곳곳에서 담고 있다. 팔을 비틀어서 총을 쏘면 총알이 휘어서 날아가거나 몸을 낫게하는 약품으로 목욕을 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등의 설정은 황당하면서도 기발하다.

특히 숨막힐 정도의 속도감을 갖춘 자동차 추격신이나 협곡에 매달린 열차 위에서 벌이는 격투 장면 등의 스펙터클은 동구 출신의 감독이 데뷔작을 통해 서구의 할리우드에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화면의 스펙터클은 비주얼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도 입을 쩍 벌리게 할 정도로 현란한 게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현란함이 영화의 상영시간인 110분간 계속 이어진다는 데 있다.

30초라면 딱 좋을 것 같은 현란한 화면은 완급조절 없이 끊임 없이 스크린에서 쏟아지고 이런 까닭에 장면과 줄거리의 연결은 매끄럽지 못하다. 과잉 비주얼이 이야기 전개를 방해하는 셈이다.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지난 2004년 만든 "나이트 워치"가 러시아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킹 콩" 같은 미국 영화를 물리치는 대박을 터뜨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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