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하트브레이크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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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하트브레이크 호텔
  • 이경철
  • 승인 2008.06.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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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열린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처음으로 남성 감독들의 작품을 초청해 "오픈 시네마" 부문에서 상영했다. 스웨덴 영화 "하트브레이크 호텔"도 그중 하나다.

콜린 너틀리 감독이 만든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억눌린 삶에서 벗어나 제2의 인생을 찾아 나선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로,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기 딱 알맞은 여성 버디 영화다.

이혼한 산부인과 의사인 엘리자베스(헬레나 베르그스트롬)는 아들의 결혼식에 지각해 주차 금지 구역에 차를 급히 세운다. 이때 주차단속요원 구드룬(마리아 룬드비츠)이 바로 딱지를 끊어버리고 둘은 큰소리로 말다툼한다.

남편이 집을 나간 뒤 집과 직장만 오가며 지루하게 살고 있는 구드룬은 "여성성을 되찾으라"는 딸의 강권으로 산부인과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엘리자베스에게서 진료를 받게 된다. 우연한 만남이 겹치자 엘리자베스는 구드룬에게 관심을 갖고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자고 청한다.

둘은 이때부터 술과 춤으로 점철된 밤 생활을 즐기게 되고, 얌전했던 구드룬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르듯 화려한 밤 세계에서 엘리자베스를 능가하기 시작한다. 이때 전남편들이 옛 관계를 회복하자며 돌아온다.

너틀리 감독이 실제 아내이자 주연 배우인 베르그스트롬의 도움을 받아 쓴 시나리오는 중년 여성이 체험담을 들려주듯 실감난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두 여자 주인공의 심리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묘사됐다.

여기에 두 중견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찰떡 호흡에 힘입어 극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늦은 나이에 우정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한 두 여성의 미묘한 떨림은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쉽게 전달된다.

중년 여성의 홀로 서기를 젊은 남자와의 짝짓기로 착각하는 듯한 일부 국내 영화나 TV 드라마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다른 여성과 끈끈한 우정을 키워가는 여성의 모습,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깔끔한 결말이 유쾌하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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