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마이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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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마이러브
  • 윤종원
  • 승인 2005.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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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여주인공의 예쁘장한 얼굴만큼이나 산뜻하고 아담한 스페인 영화가 선보인다. 그렇다고 영화가 `어린" 것은 아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 참고 애써 미소를 짓는 듯한 영화는 전쟁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아이들의 여린 시선으로 여과시키며 맑은 감동에 도전했다.

1938년 내전이 한창인 스페인. 프랑코의 파시즘에 대항한 국제여단의 반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에서 살던 소녀 캐롤은 엄마 손에 이끌려 외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다. 캐롤의 아빠는 무슨 사연인지 함께 하지 못했다. "남편과 생이별했다"는 캐롤 엄마의 대사를 통해서 어렴풋이 언급될 뿐. 영화는 이런식으로 전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묘사를 하지 않았다. 캐롤의 아빠가 국제여단 소속의 미국인 비행사라는 사실은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질뿐 그사이 관객은 호기심은 은근슬쩍 차단된다.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많이 닮았다. 전쟁의 잔인함과 죽음의 처연함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잔인할만큼 슬픔을 싹둑 잘라냈다. 엄마의 죽음도 절친한 친구의 죽음도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그뿐, 캐롤은 죽음 앞에서 울지않고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은 감독의 과감한 선택으로 점프된다. 굳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한데 솔직히 솜씨가 빼어나지는 않다.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긴 여운을 줄만큼 영악(?)하지 못하고 다소 투박하다. 그래서 슬픔이 밀려오다가도 해변에 닿지 못하고 다시 밀려나간다.

볼이 발그레하고 귀티가 나는 도시 출신의 소녀 캐롤과 새를 잡아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집안의 철든 소년 토미체의 만남은 황순원의 `소나기"다. 둘을 둘러싼 자연은 예쁘고 아담한 숲과 산책길이며 아이들은 이 안에서 예쁜 동심을 키워나간다. 마을 밖에서 전쟁은 세상은 폐허로 만들고 밤마다 모처에서 어른들의 `큰 새 사냥"이 벌어지지만 아직은 이 아이들을 둘러싼 보호막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호막은 극 후반 프랑코가 전쟁에 승리하면서 유통기한을 넘어선다.

얼마전 국내에 선보인 `투 터프 가이즈"에서 무시무시한 마피아 여두목으로 나왔던 스페인의 중견여배우 로자 마리아 사르다가 인정많은 할머니 선생님으로 출연했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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