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쿵푸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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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쿵푸허슬
  • 윤종원
  • 승인 2005.01.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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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성치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화면 곳곳에서 녹여내느라 그는 이번에도 무척 바빴다. 거대한 자금력까지 동원할 수 있으니 그는 분명 복 받은 `개그맨"이다.

전작 `소림축구"에 이어 `쿵푸허슬" 역시 철저하게 `주성치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1940년 상하이는 일명 도끼파가 득세한다. 도끼를 잔혹하게 휘두르는 이들 조폭들이 설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 분)은 먹고 살기 위해 도끼파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싱으로 인해 빈민촌인 `돼지촌"이 도끼파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주성치 전매특허의 과장된 코믹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펀치에 창문에서 추락한 남편이 땅에 쥐포처럼 붙어 피를 흥건이 흘리는 모습이나, 만화 같은 추격전 등은 황당무계한 재미를 준다.

키치적인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는 와이어를 철저하게 감추지만 `쿵푸허슬"은 와이어 쓴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독사에 입을 물렸지만 죽지는 않고 입술만 큼지막하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이 얼굴에 근육질 어른의 몸을 합성해 버젓이 내놓는 것도 주성치답다.

게다가 `사자후(獅子吼)"를 표현한 대목에서는 두손두발 다 들게한다. `사자후"를 무기화한 그의 발상이 기막히다.

와중에 몇몇 아이디어는 자본과 결합해 멋진 CG로 탄생했다. 특히 음악이 곧 칼날이 돼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거문고 비슷한 악기를 켜니 그 음들이 하나하나 주먹과 칼과 무사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순간 넋을 빼게한다.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 있는 주성치는 이번에도 돼지촌의 보잘 것 없는 면면들 속에 고수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때마침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숨어 사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쿵푸허슬"에서는 도끼파의 공격을 받자 돼지촌에 숨어 살던 무도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주성치가 악당에 맞서는 익숙한 수순.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상당히 잔인해졌다.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전히 허허실실 전법이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졌다. 이 점에서 영화는 전작 `소림축구"와 같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 고수"들의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그는 축구공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발자국 더 나가 처절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맛이 개운 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1월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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