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오션스 트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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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오션스 트웰브
  • 윤종원
  • 승인 2004.12.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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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다. 결과가 뭐 그리중요한가. 코트(혹은 그라운드)에 스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지기 마련. 올스타전의 성패는 몇 대 몇으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경기 도중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 팬서비스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룰을 좀
어기면 어떤가. 또 중간에 개인기를 보여주느라 옆길로 살짝 빠진다 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영화 `오션스 트웰브"는 딱 그러한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믿고 만들어진영화다. 문제는 너무 믿었다는 것.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뱅상 카셀, 앤디 가르시아…. `일레븐"에서 `트웰브"가 된데는 전편의 "방관자"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CG(컴퓨터 그래픽)도 스펙터클도 없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섹시하고 세련된 미소를 뽐내며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낭만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길다. 찰나의 감성에 소구해야하는 CF를 2시간 5분 동안이나 펼쳐놓았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아무리 올스타쇼라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우를 범하면서 초반의 매력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다. 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속은 부실해져, 몸집을 키우느니만 못하게 된 격이다.

3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의 금고를 턴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일당들은 1억6천만달러를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여 이들이 1억6천만달러에 이자까지 더해서 베네딕트에게 갚아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3년 만에 재회한 일당은 또다시 한탕을 계획하는데 이번에는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유로폴의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자신이 최고의 도둑임을 자처하는 `밤 여우"(뱅상 카셀)의 추적과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은 것.

사상 최대(관계자들이 생각하기에) 올스타쇼의 향연에 너무 취한 까닭인지, 오션과 일당들은 상영 1시간이 지난 시점에야 작전을 개시한다. 치밀하게 작전 계획을 세우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켜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전편이 추구했던 재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대신에 곳곳에 이 영화만이 할수 있는 패러디를 삽입해 재미를 주려했다.

극중 테스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여주고,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보여준 `레이저 경보기 피하는 묘기"를 뱅상 카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화한 장면은 압권. 카메오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앞에 두고 "`식스 센스"의 결말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등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듯 곁가지로 쳐 놓은 것이 많다보니 영화는 정작 핵심 사건으로의 몰입에는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찰기가 떨어져 낱알이 점점이 흩어져나가 끝에 가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와닿지 않는다.
1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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