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피임 나 몰라라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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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피임 나 몰라라 44.5%
  • 박현
  • 승인 2007.09.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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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은 남성의 몫, 섹스 후에는 응급피임약 찾으며 안절부절
우리나라 젊은 여성 과반수가 ‘피임에 대한 역할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피임정보를 제공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모임인 피임연구회(회장 이임순, www.piim.or.kr)가 ‘세계피임의 날(World Contraception Day)’을 맞아 전국 주요도시 19~34세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여성의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은 피임 실천에 있어 역할 책임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모순된 인식과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30대 여성의 44.5%가 ‘피임은 남성이 해야 옳다’고 한 반면, 4.8%만이 ‘피임은 여성이 해야 한다’고 해, 피임의 주체에 있어 남성 의존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 후에는 ‘임신진단시약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62.4%)’ 하거나,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복용하겠다(30.7%)’고 답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무방비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심피임’ 장담 못하면서도 ‘질외사정’, ‘자연주기법’ 주로 행해 피임 실천률을 살펴보면, 성경험 여성의 약 66.2%는 성관계時 ‘매번, 또는(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피임을 실천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높은 피임 실천률과는 달리 실제 실천하고 있는 피임법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콘돔(27.6%)을 필두로 피임약(7%), 자궁내장치(7%) 외에 질외사정법(10.4%), 자연주기법(10.1%)을 자주 사용하는 피임법으로 꼽았다.

그러나 질외사정법과 자연주기법의 경우 피임실패율이 각각 4~27%, 9~25%[1])로 높아, 피임 전문가들이 올바른 피임으로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영구피임법(61.7%) 외에 자궁내장치(12.6%), 콘돔(11.8%), 피임약(9.5%)의 순으로 성공률 높은 피임방법이라 꼽았다.

한편 질외사정법과 자연주기법의 피임 성공율이 가장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1.2% 및 0.8% 에 그쳐, 이러한 피임법들이 실패율이 높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피임 성공률이 낮은 피임법을 사용하거나 피임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로서 △귀찮아서(21%) △피임법이 몸에 해로울까 봐(19.7%) △불임 우려 또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까봐(12.7%)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응답해 원치 않는 임신의 문제에 우려를 더했다.

또 △정액을 먹으면 임신한다? △정관수술은 남성의 성적능력을 감퇴시킨다? △성관계 직후 샤워를 하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 등 총 15문항으로 구성된 피임과 피임방법에 대한 지식을 측정해 본 결과, 평균 정답률이 34%밖에 되지 않아 조사대상 여성들의 지식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정답률이 높았던 ‘정액을 먹으면 임신한다’는 문항조차 오답율이 약 30%이다. 정관수술과 남성의 성적능력 관련성에는 반 수 이상(55.4%)이 ‘감퇴시킨다’라고 오인하고 있으며, ‘성관계 직후 질세정이 피임에 도움이 된다’는 문항에는 61.3%의 여성이 ‘그렇다’고 응답해 피임 지식이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표적인 여성 피임법이라 할 수 있는 먹는 피임약에 대한 지식수준은 잘못된 속설을 맹신할 정도. ‘피임약을 장기복용하면 불임된다’, ‘피임약을 장기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문항 등에 각각 ‘89.4%’, ‘83.6%’가 ‘그렇다’고 잘못 답했다.

여성의 피임 역할에 대한 낮은 인식과 함께 피임법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여성으로 하여금 스스로 ‘피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대목이다. ‘피임 왜 해야 하는가?’부터 - 피임교육 절실 피임 관련 교육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52.4%만이 경험이 있다 응답했고, 이 중 대부분(92.7%)이 중고등학생 시절 피임관련 교육을 받은 것으로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학교 피임 교육의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3.61점(5점 만점)으로, 이는 의료전문가(4.23점), 성교육 기관(4.23점), 심지어 부모(4.14점) 등 他피임 관련 교육주체와 비교할 때 가장 낮았다.

향후 피임교육을 통해 강조되어야 할 교육의 내용으로는 ‘다양한 피임방법’이나, ‘피임약/기구의 사용법’ 등보다도 오히려, ‘피임의 필요성(63.1%)’을 가장 먼저 꼽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최근 ‘현명한 여자의 똑똑한 피임법’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한 이임순 순천향의대 교수는 “국내 가임기 여성의 피임에 대한 인식과 지식, 실천의 현황을 보여주는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여성이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고, 원하는 수의 자녀를 출산해 여성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피임에 대한 인식과 지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는 특히 △인공유산 △미혼모 △불임증 등 사회 문제 확산 방지와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임연구회 소개 피임연구회(건강한 가족계획 연구회)는 올바른 피임정보 제공을 통해 여성과 사회 전체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지난 96년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뜻을 모아 만든 모임이다.

피임에 대한 정례적 세미나와 자료발표, 책자 발간뿐만 아니라, 가임 여성 특히 청소년 및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피임강좌를 개최해 인공유산, 미혼모, 불임증 등의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피임의 날 (WCD; World Contraception Day) 소개 ‘세계피임의 날’은 인공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하지 않는 임신율’을 낮추고자 올해 9월 26일 출범하는 세계 최초의 국제 피임 홍보 캠페인으로, 국제 성(性)×출산건강기구인 마리스톱스인터내셔널(MSI)를 비롯해 유럽피임협회(ESC), 국제소아청소년부인과연합(FIGIJ), 아태피임협의회(APCOC)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올해는 청소년에 집중된 각종 성(性), 출산과 피임에 대한 계몽 활동이 독일 베를린에서의 공식 출범 행사를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세계피임의 날’ 캠페인은 매년 연례 행사로 전개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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