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종교지도자들 에이즈 대책 첫 공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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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종교지도자들 에이즈 대책 첫 공개 논의
  • 윤종원
  • 승인 2004.12.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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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제의 공개 논의를 금기시하는 아랍권종교 지도자들이 14일 카이로에 모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유엔이 주관한 에이즈 관련 회의에서 아랍권 내 이슬람 및 기독교 지도자 80여명은 에이즈 확산을 막기위해 다양한 피임법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피임을 공개적으로 권고하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폐막 선언문에서 매춘여성들과 마약 중독자, 동성애자 등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계층을 계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이들의 참회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관습과 종교가 지배하는 아랍권에서 에이즈 등 성문제를 공개 토론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이처럼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표명한 것 자체가 혁명적이라는 평과를 받고 있다.

아랍권의 에이즈 확산 실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랍권 내 에이즈 감염자 수가 약 5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폐막 기자회견에서 나딘 샤문키 유엔 대변인은 "이토록 많은 인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에이즈 문제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밝힌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했다.

UNDP의 아랍 담당관인 카지야 무알라는 참석자들이 에이즈 대책으로 피임을 공개적으로 권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수세기 동안 내려온 입장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권에서 올해 에이즈에 새로 감염된 사람은 9만2천명으로 2002년에 비해 28%가 증가했다.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은 자국내 에이즈 확산문제에 내심 고민하면서도 사회적 도전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에이즈 감염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성에 대한 무지와 사회적 금기로 인해 질병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알-아즈하르의 셰이크 모하마드 탄타위와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무슬림학자협회 회장이며 카타르의 저명한 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유수프 알-카라다위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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