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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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 윤종원
  • 승인 2007.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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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테판 크로머 감독의 영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는 일상적 대사에다 전개 방식도 잔잔하다. 하지만 끝까지 관객을 긴장시키는 단단한 구조의 심리극이다.

2004년 여름 평온한 휴양지 슐라이강에 교양 있는 가족이 찾아온다. 정치학을 연구하는 지적인 여성 미리암(마티나 게덱)과 연구 파트너이자 동거남인 앙드레(피터 다보아), 둘 사이의 아들 닐스(루카스 코타라닌)다. 여기에 닐스의 여자친구 리비아(스베아 로드)도 합류한다.

이 가족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의 관계에 대해 개방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미리암과 앙드레는 15살 난 아들을 두고도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채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의 사고 방식을 존중하고 아들의 사생활도 지나칠 정도로 지켜준다.

아들 닐스보다 3살 어리지만 조숙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한 리비아는 닐스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도 괜찮아, 사랑만 하지 않으면 돼"라고 속삭인다.

이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이웃집 남자 빌(로버트 젤리거)이 리비아와 가까워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미리암은 미성년자인 리비아의 보호자로서 둘을 자제시키려 빌의 집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빌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자유분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빌에 대한 열정과 함께 연적인 리비아를 향한 질투심으로 미리암은 이성을 잃는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이들의 평온한 휴가는 끝난다. 그래서 미필적 고의다.

영화는 가족드라마로 시작해 멜로 드라마로 넘어간 뒤 스릴러로 막을 내린다. 정신이상자와의 심리전이나 청신경을 자극하는 배경음악,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가 없어도 영화는 관객의 이목을 빼앗는다.

결말은 관객의 예상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도 지나치게 앞서 가지는 않을 만큼 똑똑하고 교묘하다. 관객이 마지막 반전을 접하고 나면 아마도 미리암과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

이성과 책임감을 설파하던 미리암은 육체적 욕정에 빠지고 감정에 솔직한 리비아는 점점 순수한 모습을 드러내 인간의 이중성이 대비된다.

"타인의 삶" "굿 셰퍼드"의 마티나 게덱이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다 안정된 울타리를 스스로 부수는 미리암을 잘 묘사했으며 스베아 로드와 로버트 젤리거, 피터 다보아 등 나머지 배우들도 개성 있는 캐릭터 안에 안착했다.

내달 5일부터 씨네큐브에서 만날 수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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