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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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정신으로
  • 윤종원
  • 승인 2007.06.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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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환 이사장의 80년 외길 인생 담아
백병원와 인제대 중흥을 위해 걸어온 백낙환 이사장의 80년 외길 인생을 담은 ‘영원한 청년정신으로-오직 일편단심으로 내가 걸어온 길’이 최근 출판됐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자 한 것은 후학들이 나의 인생 이야기를 참고하여 그들의 인생에 보탬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내 뒤에 올 사람들에게 일편단심으로 한 가지 일에 전념하여 노력한다면 능히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영원한 청년정신의 소유자 백 이사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오직 큰아버지인 백인제 박사의 뜻을 받들고자 살아온 80년 인생. 그의 사상과 신념이 이 책에 녹아있다.

이 책은 백 이사장의 순탄치 못한 성장배경, 거듭 밀려오는 시련, 그것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와 신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 여기에 역사적 사건과 내노라하는 인사들의 이름이 얽히면서 소설을 방불케 하는 일대 드라마다.

백인제 박사는 백 이사장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으며 의사의 길을 택하도록 이끌었다. ‘인술로써 세상을 구한다’는 뜻의 ‘인술제세’(仁術濟世)를 일생의 지표로 삼은 것도 백인제 박사에게 감화된 덕분이었다. 또한 단순한 의사로 머무르지 않고 훗날 대학을 세워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백인제 박사의 뜻을 계승한 결과였다.

백 이사장이 거쳐 온 삶의 궤적은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 위에 놓여 있다. 일제강점기 그는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창씨개명을 거부함으로써 일제에 저항하는 모습을 목격했으며, 1945년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1학년으로서 광복을 맞이했다. 해방 후에는 국대안 반대운동의 거센 파도 속에 뛰어들었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납북된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찾아 헤맸다. 그 자신도 인민군에게 끌려가 생사의 고비를 넘겼으나 탈출, 입대하여 육군 중위로 복무했다.
병원과 학교를 운영하는 데도 고비가 많았다. 백인제 박사가 남긴 백병원을 지금의 서울백병원으로 키울 때는 자금난으로 온갖 고생을 겪다가 백두진 전 국무총리 등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상계백병원을 세울 때는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 선수촌 병원 전담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인제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때는 당시 절정을 이루었던 학생운동의 벽과 맞닥뜨렸으며, 일산백병원을 세울 때는 외환위기의 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백 이사장은 뜻을 굽힌 적이 없다. “고난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건 나는 고지식해서 피할 줄을 모른다”라고 스스로 말하듯 그는 역사의 굽이를 따라 소신을 꺾기보다는 힘들더라도 새 길을 내며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친동생이자 민주화운동의 지표인 백낙청 교수, ‘한국의 슈바이처’ 고 장기려 박사, 한서대학교를 설립한 함기선 총장 등 걸출한 인물들이 있었다. ‘백낙환’의 역사가 한 개인, 또는 백병원과 인제대학교 밖으로 확장되어 더 넓은 외연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백낙환 이사장은 의사이자 교육자이자 경영자. 한 사람이 평생 하나도 소화하기 힘든 직함을 여럿 지니고 살아왔다.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그의 인생 역정을 살펴보면 가히 철인이라 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 그가 보여주는 에너지 또한 초인적이다. 월요일에는 서울백병원, 화요일에는 일산백병원에 들렀다가 오후에 부산으로 내려와 인제대학교를 찾는다. 수요일에는 부산백병원, 목요일에는 다시 인제대학교, 금요일에는 동래백병원, 끝으로 토요일에는 상계백병원을 순회한다. 그런 와중에도 각종 장학회 활동과 인당의학교육대상․인제인성대상 등 시상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앞장선다.

이 책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지은이의 개인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1955년 결혼한 아내에 대해서는 “나에게 여자라고는 아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첫눈에 반했다고 이제 와 고백하기는 쑥스럽지만 그건 사실이다”라고 부끄러운 듯 말하며 찬사와 감사를 아끼지 않는다. 서로 마찰만 거듭하다가 어그러진 큰아들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좀 더 아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고 깊이 뉘우친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큰딸을 시집에 데려다줄 때마다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든가 철학교수인 막내아들이 인제대학교가 아닌 숭실대학교를 택하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내보이기도 한다.

2007년 2월, 부산 해운대에서 여섯 번째 백병원의 기공식이 있었다. 2009년 완공 예정인 해운대백병원은 전문 클리닉 중심의 진료를 통해 환자를 위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 첨단 정보화 시스템의 도입과 VIP병동, 국내와 최고의 의료진을 구성하고 의료시장 개방화에 대비한 외국인 진료소 및 국제진료소를 설치하여 동북아 의료 허브로서 해운대지역을 비롯한 부산․경남의 휴양․관광산업과 연계한 의료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나의 마음은 아직 20년은 더 뛸 수 있는 도전의식으로 꽉 차 있다”라는 단언 그대로 지은이의 인생과 그가 일구어내는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 역시 완결편이 아니다.

서울백병원 이사장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위대한 인물의 초상화가 눈에 띈다. 언제까지나 50대인 백인제 박사.

백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초상화속의 그분이 나를 향해 입을 여실 것 같다.”고 말한다. ‘자네 잘해왔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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