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푼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은 무료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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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푼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은 무료진료
  • 최관식
  • 승인 2007.04.3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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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 의료봉사단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서 연인원 450명 진료
봄기운이 대지를 녹색으로 물들여 나가던 4월 말의 어느 일요일.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둔 촌부들이 면소재지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나름대로 옷차림에 한껏 신경을 썼지만 검게 그을리고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과 손등은 그간의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고 천안충무병원과 한림병원, 양지병원, 중앙대학교의료원이 참여, 지난 29일(日)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 농협에서 진행된 의료봉사는 연인원 450여명의 진료실적을 거두며 성공리에 치러졌다.

내과와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치과, 한방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8개 진료과에 의사 10명, 약사 1명, 간호사 7명, 의료기사 1명, 행정지원인력 10명이 동원됐고 여기에다 갈산농협 조합장과 전무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무료진료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무료진료단이 도착한 9시30분경에 임시진료소로 쓰인 갈산농협 2층은 새벽밥을 지어먹고 일찌감치 나온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해 2차례의 병원협회 무료진료단이 다녀간 후 갈산면뿐만 아니라 홍성읍, 광천읍, 금마면, 장곡면, 홍동면 등 홍성군 전지역에서 환자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료진료가 과거 2차례 때와 다른 점은 미리 대기번호표를 발급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 해소는 물론 순서를 놓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간의 무료진료 경험을 통해 병원협회 김종윤 총무부장이 낸 아이디어다.

직접 진료를 수행한 의료진들은 물론 접수에서부터 안내까지 진료를 간접적으로 도운 행정지원팀까지 모두가 자신의 일 이상으로 성실하게 임한 결과 이날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도 주최측의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통해 무료로 치료를 받고 약을 얻은 것 이상의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갈산면 신안리에서 왔다는 칠순의 한 할머니는 "몸이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가 있어도 도시에서 제 사는 데 바쁜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맘 편하게 아픈 내색도 못했다"면서 "오늘 여기에 와서 그동안 참고 지냈던 무릎 통증과 허리, 속쓰림, 걸핏하면 빠지는 틀니 교정은 물론 한방에서 침까지 맞으며 소원풀이를 몽땅 다 했다"고 말하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환자들은 처음에는 여러 진료과에서 중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한 듯 다소 망설였으나 이내 아픈 곳을 죄다 얘기하며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심지어 진료를 끝내고 돌아갔다가 다른 과 진료를 다시 받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되돌아온 환자도 부지기수였다.

김철수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취임 이후 지난 2번의 무료진료 행사를 통해 오지에서 의료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천안충무병원에서 심전도검사(EKG)와 진단용방사선장비가 갖춰진 검진차량을 지원하고 한림병원에서 초음파기기를 제공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이번 무료진료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천안충무병원과 한림병원, 중앙대의료원, 양지병원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무료진료에는 권영욱 천안충무병원 이사장(마취통증의학과)과 정영호 한림병원 원장(산부인과)을 비롯해 김철수 대한병원협회장(내과), 이상경 양지병원 진료부장(신경외과), 한림병원 이용재(정형외과)·송희진(산부인과) 과장, 천안충무병원 이지혜(치과)·문승혁(내과)·이상천(한방과) 과장, 중앙대의료원 피부과 노용관 전공의 등 의사 10명이 일요일 휴식을 반납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양지병원 정혜전·최성자 간호사와 한림병원 심혜정·김은주 간호사, 천안충무병원 윤혜영·임경희·추경희 간호사와 이미선 임상병리사가 바쁜 손길로 노인들의 아픈 몸과 지친 마음을 함께 돌봤다.

이밖에 병원협회와 양지병원, 천안충무병원, 한림병원 직원들이 행정지원과 안내를 맡아 사전 리허설 한 번 없이 손발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호흡을 과시했다.

이날 양지병원 임미송 약제과장은 숨돌릴 틈 없이 계속 쏟아지는 처방전에도 불구하고 시종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정성껏 약을 지으며 진료를 끝내고 돌아가는 환자들에게 약과 푸근한 감동을 함께 건넸다.

병원협회 총무부 류항수 대리는 "의사선생님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약이 부족해 행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의약품을 한 알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기를 썼다"며 "막상 오늘 행사에 직접 참여해 진료를 받고 흐뭇한 표정으로 약을 받아들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며 그간 무료진료 준비를 위해 애쓴 것 이상으로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무료진료를 위해 한미약품과 한독약품, 중외제약, 대웅제약, CJ, 엘지생명과학, 일동제약, 일성신약, 일양약품, 유한양행, 광동제약, 신풍제약, 동화약품, 영진약품, 부광약품, 베링거인겔하임, 진양제약, 삼일제약, 삼아약품, 한올제약, 하원제약, 코오롱제약, 녹십자 등의 제약사에서 의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김성환 병원협회 국제홍보학술실장은 "칠순과 팔순 노인네들이 젊은 우리들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지만 사실 그분들이 돌려준 환한 미소에서 더 크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며 "남을 돕는다는 일이 결코 일방통행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더 많이 되돌아온다는 걸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양지병원 이상경 진료부장(신경외과)은 "서울에서 보던 환자들보다 상태가 더 나쁜 환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돼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무료진료 행사를 통해 더 큰 숙제를 안고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다음 기회엔 더 질높은 진료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주말 교통 정체로 5시간 이상 걸리는 긴 상경길이었지만 모두들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이날 행사에서 얻은 감동을 두고두고 간직할 기쁨에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양지병원 정혜전 간호사는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주말 휴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된 게 사실"이라 밝히고 "그러나 진료를 끝내고 돌아가는 환자들의 환한 미소를 보며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원장님께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싶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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