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오페라의 유령"
상태바
<새 영화> `오페라의 유령"
  • 윤종원
  • 승인 2004.12.02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최대의 영화 사이트 IMDB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검색하면 대략 10여 편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영화뿐 아니라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
는 지난 100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1911년에 출간된 가스통 르루의 동명의 소설은 이 사이트에 따르면 1916년 독일에서 최초로 영화화됐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86년 뮤지컬로 만들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던 것.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처럼 화려한 낭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웨버의 뮤지컬 덕분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조엘 슈마허 감독 역시 1988년 `오페라의 유령"의 뉴욕 초연을 보고 홀딱 반해, 그로부터 장장 16년간 웨버와 머리를 맞대고 영화화를 논의해왔다.

거두절미하고 7천원(극장에 따라서는 다소의 차이가 있겠으나)을 내고 대형 뮤지컬을 감상할 기회가 왔다. 제작국가인 미국보다도 앞서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슈마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은 2시간 23분 동안 관객을 화려한 뮤지컬의 세계로 안내한다. 영화는 지극히 화려하고 비교적 신실하다.

미국에서는 `너무 오페라적(TOO OPERATIC)"이라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이 영화의 여타 허점은 너무도 감미로운 음악 덕분에 가려진다. 영상과 음악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웨버가 직접 음악 감독을 한 작품답게 그의 뮤지컬 뺨치는 음악성을 과시한다. 물론 배우들의 가창력이 뮤지컬 배우들의 그것보다 모자라기는 하지만, 원체 원곡이 좋아 관람 내내 음악 감상실에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뮤지컬과 큰 줄기에서는 같다. 1870년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무대로 유령처럼 극장을 점령한 정체불명의 남자 팬텀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를 사랑하는 젊은 귀족 라울의 애절한 삼각 사랑 이야기.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의 사랑과 음악적 열정이 광기를 띠면서 오페라 하우스는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영화는 여기에 뮤지컬에서는 없었던 팬텀과 라울의 과거를 추가했다. 슈마허와 웨버는 상상력을 신나게 발휘, 무대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볼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슈마허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연출한 솜씨를 살려 어두운 조명의 오페라 하우스와 팬텀의 지하 동굴을 특유의 기괴한, 그러나 세련된 분위기로 꾸몄다. 또한 긴장과 스릴, 액션을 한껏 살려 상업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총제작비는 1억달러(약1천48억원)에 육박했다. 적어도 두 사람만큼은 이번 작업을 아주 원없이 즐겼음에 틀림없다.

만 18살의 나이에 크리스틴을 맡은 에미 로섬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귀를 사로잡는다. 뮤지컬 여배우들보다는 가냘프고 깊이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녀는 착한 소녀의 이미지 그대로 `Think of me" `Angel of music" 등의 곡을 참 어여쁘게 소화했다.

`투모로우" `미스틱 리버"에 출연한 로섬은 일곱살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노래를 배웠다.

팬텀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 역시 투박하긴 하지만 애절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툼레이더2:판도라의 상자"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옛 연인으로 출연했던 배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시선이 신선해진다.

그러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인 `All I ask of you"는 상당히 아쉽다. 실제 뮤지컬 배우인 패트릭 윌슨이 라울을 맡아 불렀는데, 울림과 깊이가 다소 떨어진다. 영화 자체가 뮤지컬에서 보다 팬텀을 인간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라울의 노래에서 감동이 줄어드는 까닭에 관객은 보다 쉽게 라울보다는 팬텀에게 기울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 웨버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면서 여주인공 사라 브라이트만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국 결별했고, 그 과정에서 이 영화의 제작이 예상보다 늦어지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