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씨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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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씨 인사이드
  • 윤종원
  • 승인 2007.03.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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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의 아메나바르 감독 연출작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건장한 선원으로 꿈같은 청춘을 보내던 그는 25살 되던 해에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다 몸 전체가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 후 26년간 누워 살았다.

자식처럼 돌봐주는 형수를 포함한 따뜻한 가족이 있는데도 그는 안락사를 원하고 있다.

침대 위에 누워서 보낸 삶은 존엄ㆍ권리ㆍ가치 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는 죽음을 통해 구차한 삶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안락사를 인정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이름은 라몬 삼페드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1998년 1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스페인의 실존 인물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을 안락사 논쟁으로 이끌었던 삼페드로의 삶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천재감독"으로 불리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영화 "씨 인사이드(Sea Inside)"를 통해 삼페드로를 부활시키고 안락사 문제를 통해 관객에게 삶의 존엄성에 관한 질문을 묻는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안락사는 허용돼야 할까요?" "삶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습니까?"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신마비 장애인 라몬(하비에르 바르뎀)은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이 일을 계기로 스페인에서는 안락사 논쟁이 과열되고 소송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 중 변호사 훌리아(벨렌 루에다)도 끼어 있다. 훌리아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이미 다리는 마비돼 목발 없이는 걸을 수도 없다.

라몬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오는 여인 중에 로사(롤라 두에냐스)도 있다. 그녀는 통조림 공장에서 일을 하는 아이가 딸린 이혼녀다. 삶이 고단한 그녀지만 죽음은 옳은 길이 아니라면서 안락사를 원하는 라몬을 설득한다.

소재는 안락사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자기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라몬은 타인에게 의존적이며 희망없는 삶을 끝내고 싶지만 전신마비의 몸으로는 소망을 이룰 수 없다. 감독은 그를 통해 삶의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을 얘기한다. 어떤 개인에게는 삶이 충분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끝내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감독은 삼페드로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라몬에게는 자신을 아들처럼 사랑하는 헌신적인 형수와 아들이 원한다면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아들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낼 만큼 이해심 많은 아버지가 있다. 그렇지만 26년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부채감은 국가를 설득해서라도 죽음을 맞고 싶을 만큼 절실하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라몬의 경우에는 그것이 안락사가 되는 것이다.

전작 "디 아더스"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드러냈던 감독은 "씨 인사이드"에서도 이와 같은 시선을 견지한다.

감독에게 죽음은 삶과 뚜렷한 경계를 이루는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지는 다른 모습의 세계다.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그는 죽은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디 아더스"를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마치 유령처럼 그렸다. "씨 인사이드"에서도 죽음은 끝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시작으로 표현하면서 같은 관점을 이어간다.

감독은 바다 또한 죽음과 같은 고통을 안겨준 공간이지만 동시에 라몬이 자유를 꿈꾸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영화 속 바다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인 셈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몽하몽" "라이브 플래쉬" "당신의 다리 사이" 등을 통해 스페인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로 불렸던 그는 완벽하게 전신마비 장애인 라몬을 연기했다. 그가 "하몽하몽"의 바르뎀이라는 걸 첫눈에 알아보는 관객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2004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은 영화의 만듦새를 입증해 줬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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