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보팔사고 20주년..희생자들 악몽서 못 헤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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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팔사고 20주년..희생자들 악몽서 못 헤어나
  • 윤종원
  • 승인 2004.11.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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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인도 보팔시 유니언카바이드사(UCC)의 독가스 유출사고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끔찍한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황폐해진 환경도복구되지 못해 아직도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

1984년 12월2일 밤 마드야 프라데시주(州) 보팔의 UCC 살충제 공장에서 유독가스인 메틸 이소시안염 가스 40t이 누출돼 3천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만 명이 부상하는 사상 최악의 참사를 빚었다.

환경단체들은 그 후에도 2만 명 이상이 가스노출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50만 명의 노출자 중 12만 명이 호흡곤란과 피곤증, 위장장애 등 만성질환과 유전자 돌연변이 출현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견습의 자격으로 수천 명의 환자들을 돌봤던 아가왈 박사는 "가장 나쁜 것은 우리가 이 비극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오늘날에도 재난 관리계획이 전무하고 이런 규모의 재난시에 필요한 병상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병원을 열고 있는 아가왈 박사는 당시 가스에 노출됐던 남자들이 높은 폐암 발병률을 보이고 여성들은 자궁경부암과 각종 산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밖에도 눈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과 부모를 잃은 자녀들, 가장을 잃은 가족들,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심리적 충격으로 정신과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990년대 초 1만5천 명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후유증을 연구한 경제학자 R.K.티와리는 계획성 없는 배급과 가구당 200루피(약 13달러)씩 돌아간 현금 지급으로 주민들이 무기력에 빠져 사회를 지탱하던 구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을 중단하고 배급에 의존해 살기 시작했으며 그 후 술소비와 도박이 늘어난 반면 지급된 현금을 생산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전체의 7-8%에 불과하다는 것.

피해자로 공식 인정된 80만 명의 주민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인 S.물리다르 변호사는 "사고 후 20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들에게 적절하고도 즉각적인 구호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희생자를 가려내는 절차에도 부정이 개입해 집계된 희생자가 실제 규모의 5분의1밖에 안되는 등 보팔 가스 사고는 총체적인 법체제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당시 UCC의 회장이었던 워런 앤더슨의 법정 송환이 미국의 인도거부로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정부의 무성의와 인도정부의 무기력을 비난했다.

압둘 자바르라는 운동가는 "미국 정부가 9.11 테러 현장인 세계무역센터의 잔해를 1년 안에 깨끗이 치우고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범인을 처벌할 수 있었다면 어째서 아직까지 앤더슨을 비호하고 있느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물리다르 변호사는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보상과 사고현장 정화비용 등에 관한 소송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린피스 등 단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UCC 공장은 사고 후 폐쇄된 채 방치되고 있지만 아직도 약 2만5천t의 유독성 고형 폐기물이 남아있다.

이 공장 부근에는 아직도 화학물질의 냄새가 떠돌고 있으며 주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시설을 지키는 경비원들은 아직도 수은을 비롯한 많은 폐기물들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사망자를 7천 명으로 집계하고 있는 국제앰네스티는 UCC가 미국의 안전기준과는 동떨어진 수준을 보팔 공장에 적용했으며 인근주민들에 대한 유사시 경고체제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I은 또 옛 UCC 경영진과 그 후 UCC를 인수한 다우 케미컬사 모두 새 소유구조를 이용해 보팔 사고의 추가 책임을 회피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989년 UCC로부터 4억7천만 달러를 받는 대가로 법적 절차를 중단하기로 전격 합의했는데 AI는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같은 보상금마저 희생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회사측은 지난 89년 4억7천만달러의 보상금을 전달했으나 인도 정부는 희생자의 등급분류와 사고와의 연관성 증명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그동안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중앙은행(RBI)에 예치해 두고 있었다.

한편 인도 정부는 현재 워런 앤더슨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전 회장에 대해 별도의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희생자들은 지난 99년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인수한 다우 케미컬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추진중이다.

앤더슨 회장은 회사를 은퇴한 뒤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으며 형사 소송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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