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하고 받지 못한 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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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치료하고 받지 못한 돈 어쩌나
  • 박현
  • 승인 2004.08.31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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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악성미수금으로 인해 병원경영에 큰 어려움
계속되는 불황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환자가 늘고 있으며 막상 병원에 입원을 해도 병원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서 병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고 지낸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으로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는 대형병원들도 외래환자와 수술건수 등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병원들이 환자를 진료하고도 받지 못하는 돈(악성미수금)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계속되는 불황으로 더욱 늘어나 병원경영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척추 및 디스크수술 전문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비를 내지 않는 환자가운데는 일부 악의적인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형편이 어려워 못내는 딱한 경우가 더 늘고 있어 안타깝다”며“저소득 응급환자에게 국가가 돈을 빌려주는 응급의료비 대불제도가 있지만 심사도 까다롭고 지급기간도 길어 실제 이용률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병원은 병원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환자치료를 하고 받지 못하는 미수금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수금 전담팀을 두고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환자가 줄어서 수입이 줄어든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응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치료비 지불능력이 없다고 해서 입원이나 치료를 거부할 경우 진료거부행위에 해당되고 막상 치료를 해주고서도 치료비를 못 받는 상황이 되풀이되어 문제가 심각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경감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병원들이 환자를 치료하고도 치료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몰래 도망간 경우도 있으며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리는 병원에 내버려진 노인들도 간혹 있다. 버려진 노인들은 이른바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리는 경우로 부모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자식들이 이사를 하는 등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다.

한편 최근에는 경관 살해 용의자 이학만의 자해 치료를 담당했던 이대목동병원이 600여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고스란히 떼이게 될 처지에 놓여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검거과정에서 자해를 해 복부 5곳에 상처를 입은 이씨는 검찰에 송치되기 전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격리돼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은 이씨는 완치가 됐으나 문제는 자해나 자살미수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더욱 비싸게 나온 병원비를 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 이모씨가 병원비 납부를 거절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측도 검거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이 피의자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정도로 배려할 뿐 병원비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

이에 병원측은“처음 있는 일이라서 난감하지만 서부경찰서와 강서경찰서에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이며 보호자를 계속 설득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도 안되면 법률팀을 통해 채권추심 등을 적용할 예정”이라며“결국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심사평가원의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병원들의 진료비 미수금이 만만치 않다.

H대병원은 현재까지 환자를 치료하고도 받지 못한 악성미수금이 7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대병원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미수금을 정리하는데도 현재 5억원 정도가 악성미수금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다.

S대병원의 경우 환자를 치료하고도 받지 못한 악성미수금이 20억원 정도이며 건당 최고액은 1억5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K대병원도 현재 악성미수금이 3억6천만원 정도로 전년에 비해 9천400만원 정도가 늘어난 액수이다.

이처럼 환자를 치료하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돈은 전체 병원계를 통틀어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박현·hyun@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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