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노트북"
상태바
<새 영화> `노트북"
  • 윤종원
  • 승인 2004.11.23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사랑의 기억을 평생 되뇌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짜피 첫사랑은 이뤄지기 힘든 것. 과거의 사랑이란 기억 속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 숨어 있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만약 첫사랑이 이뤄졌다면 어떨까? 그 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두 사람, 죽을때까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막 서로의 첫사랑이 된 두 사람,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엘리(레이첼 맥아담스). 다른 어떤 커플들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한 사랑은 넘쳐나지만 이들 앞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다.

엘리가 대학 진학을 앞둔 부잣집 딸인데 비해 노아는 꿈마저도 소박한 가난한 탄광 노동자. 당연히 엘리의 부모는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으려고 기를 쓰고, 둘 사이 다툼은 점점 많아진다. 이들이 사랑을 꽃피우는 시골 마을은 노아에게는 삶의 터전이지만 엘리에게는 한여름 지낼 휴양지일 뿐, 부모의 강요로 엘리는 도시로 다시 돌아가고 게다가 얼마 후 터진 전쟁은 이들의 사이를 확실히 갈라놓는다.

평범한 러브스토리인 듯 보이지만 26일 개봉하는 영화 `노트북"은 사랑을 이룬 두 사람이 죽음을 앞둔 나이에서 돌아보는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결 더한 애틋함을 담고 있다.

첫 장면은 공책(노트북)을 들고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장소는 노인들이 모여있는 요양소. 노아와 엘리는 이 할아버지의 노트북 속에 들어있는 인물들이다.

처음 만난 사이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부부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던 할머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매일 들려달라고 부탁했던 것. 영화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자신들의 이야기와 현재 이들의 모습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노아와 엘리가 헤어진 뒤 7년. 엘리는 장래가 촉망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준비 중이고 군대에서 제대해 마을로 돌아온 노아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땅에 묻고 강가에 새 집을 손수 짓는다. 완성된 집은 노아가 엘리와 함께 만들어 살자고 약속했던 그 저택이다.

만남의 끈이 다시 연결된 것은 엘리가 신문을 통해 노아와 그의 새 집 소식을 접하면서 부터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가을 시즌을 겨냥한 흔한 멜로 영화 중 하나로 묻힐 수도 있지만 영화는 기본기가 충실한 로맨스를 담고 있다. 사랑의 순간은 아름다운 화면 속에 담겨있고 긴 시간을 놓고 흐르는 인물들의 감정은 열정적이지만 부담을 못 느낄 정도로 자연스럽다.

감독은 `존 큐", `더 홀"의 닉 카사베츠.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샤인"의 각본을 썼던 잔 사디가 고쳐 썼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