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폴리스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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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폴리스 비트
  • 윤종원
  • 승인 2006.09.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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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미국 풍자, 폴리스 비트

장르의 혼합이란 서로 다른 두 장르가 하나로 녹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 물과 기름처럼 개별 장르가 각각의 모습을 띤 채 섞이지 않는 영화가 있다. "폴리스 비트(Police Beat)"다.

수입사는 이 영화를 "멜로/범죄영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경찰인 주인공의 애정사가 하나의 축이 되고, 그의 경찰 업무가 다른 축으로 병치되면서 진행된다. 그런데 이 둘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애정문제가 세로로 세워진 기둥이라면, 범죄 진행은 가로로 놓인 들보와 같다.

여기에 평상시 영어를 쓰는 아프리카계 이민자인 주인공이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아프리카어를 사용해 주인공의 외피(外皮)와 내면을 분리했다.

세네갈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파페 니앙)는 시애틀 경찰관이다. 어느 날 백인 애인 레이철로부터 룸메이트인 다른 남자와 함께 캠핑을 떠난다는 전화 메시지를 받는다. 그는 애인이 행동이 이해가지 않지만 "미국사람들은 다 그런가 봐"라고 애써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하는 중에도, 쉬는 중에도 여자친구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온갖 상상에 여자친구와의 전화는 불통이고 지는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순찰을 돌면 만나는 사건마다 기이하기 이를 데 없다.

감독 로빈슨 데버는 이 영화로 "유순한 데이비드 린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새로운 장르적 시도와 기이한 사건들이 하나의 그릇 속에서 버무려져 독특한 맛을 낸다. 지와 백인 애인과의 애정문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사이사이 끼어드는 사건들은 생경하기 그지없다.

"살을 빼라"며 딸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윗몸일으키기를 시키는 아버지, 남의 집에 무단침입해 애완용 새를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남자 등 영화 속에는 기이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지는 이 사건에 그저 관찰자일 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 속 사건들은 벽에 걸린 그림처럼 순차적으로 보일 뿐이다.

감독은 이민자의 눈을 통해 미국의 속내를 까발리고 야유를 보낸다. 상식을 뛰어넘는 윤리의식과 조용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지저분한 범죄와 컬트적인 사건을 통해 "이상한 나라 미국"을 그리고 있는 것.

그래도 "세계 1등 국가"에서 살아남으려고 이를 다 포용하는 이민자의 모습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토리노영화제와 시애틀영화제에서는 각각 심사위원 특별상과 촬영상을 받은 작품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주인공 지 역의 파페 니앙은 영화 촬영 당시 세네갈에서 이민 온 지 2년 된 실제 이민자였다. 지를 포함해 출연배우 대부분이 비전문 배우다.

8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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