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뚝방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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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뚝방전설
  • 윤종원
  • 승인 2006.09.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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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냄새 폴폴, 뚝방전설

"무섭더라."(정권)
영화 "뚝방전설"(감독 조범구, 제작 싸이더스FNH)이 여타의 조직폭력배 소재 영화와 다른 점은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한때 조폭 조직원이었던 정권(박건형)은 조폭생활에 대해 묻는 친구 성현(이천희)에게 "무섭더라. 세상에는 센 놈들이 굉장히 많아"라고 답한다. 정권은 다른 폭력조직과 혈전을 벌이던 중 겁에 질려 화장실로 숨어들어가 신고 전화를 걸었던 인물.

영화는 조폭도, 양아치도, 건달도 모두 시퍼런 칼날과 위협적인 쇠파이프 앞에서는 눈물을 쏟을 만큼 나약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겉멋에 취해 패싸움도 하고, 호기도 부려보고, 승률 없는 싸움에 목숨도 건다는 것.

영화는 서울 변두리 하천 둑을 무대로 젊은 혈기의 세 남자가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고등학생 정권과 성현(이천희), 경로(MC몽)는 주먹 하나로 교내를 평정한 뒤 학군을 넘어 둑까지 차례로 접수한다. 급기야 이들은 자신들만의 조직 "노타치파"를 결성한다. 이후 이렇다 할 적수가 없자 조직의 1인자 정권은 "훌륭한 건달이 되겠다"며 마을을 떠난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다. 노타치파의 아지트였던 둑은 다시 "뚝방파"의 손에 넘어가고 성현과 경로는 각각 병원 방사선과 직원과 노래교실 강사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권이 다시 돌아온다. 그는 흩어졌던 멤버들을 하나둘씩 모아 노타치파를 재결성한다. 그러나 과거 함께 조직원으로 일했던 치수(유지태)가 나타나 동네 재건축 사업에 관여하면서 정권 일파와 부딪치게 된다.

"뚝방전설"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도, 그렇다고 희화화된 조폭도 없다. 다만 평범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조범구 감독은 고교 시절 불패신화의 노타치파 최고주먹 정권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조폭을 이야기한다. "18대 1로 싸워도 문제없다"는 전설의 주인공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조폭의 생리 앞에서 비겁자가 돼 있다. 이 접근은 삼류 조폭 병두(조인성)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조폭을 묘사한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뚝방전설"은 "비열한 거리"보다 재기발랄하고 개성적이다. "할 일이 없어 싸움질을 한다"는 성현의 캐릭터나 자신은 "19대1도 문제없다"는 "구강액션"의 달인 경로 등은 영화의 활기를 더하는 캐릭터들. 바람 피우는 애인을 목격한 뒤 처용가를 읊어대는 성현의 대사가 재미있고, "전국구 조폭 되는 것이 서울대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진리(?)를 깨달은 낭만의 조폭 두목 상춘(오달수) 캐릭터가 신선하다.

모래바람 분위기를 내려고 보릿가루를 볶아 날렸다는 고등학생들의 패싸움 장면과 촬영지였던 대전천 바닥에 모래 주머니를 깔고 8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찍었다는 노타치파와 치수 일당의 최후의 일전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의 백미다.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천희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이제는 악역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유지태의 성장이 즐거움을 준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흡사한 경로 역을 훌륭하게 해낸 MC몽의 영화배우로서의 미래가 자못 기대된다.

9월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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