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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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 윤종원
  • 승인 2006.08.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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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징글한 사랑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참 징글징글 맞다. 사랑이라는 게.

가슴을 후벼파는 사랑 이야기가 나왔다. 제목 자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간 그 화끈하고 처절한 사랑에 가슴이 멍해지도록 일격을 당한 느낌이 들 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담이다.

백수나 다름없는 남자와 술집 여자의 사랑. 끝이 빤히 보이는 듯한 이야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인생담으로 향해간다.

김해곤 감독은 "달콤한 인생"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꽤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파이란"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보여줬던 김해곤은 8년 전 "파이란"보다 먼저 썼던 시나리오를 마침내 영화로 만들면서 더욱 집요하게 사람의 감정을 헤집어놓았다.

그의 과격하고 어떠한 수식어도 걷어낸 채 감정의 끝을 향해가는 연출기법은 보는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록 두 남녀의 행위가 과장돼 보이더라도 "나랑 똑같네"라고 느낄 수 있는 관객과 "에이, 도대체 이런 사랑이 어딨어"라고 말할 만큼 사랑에 자신 있는 관객에게 말이다.

또한 그 표현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 거친 질감의 화면과 뭉텅뭉텅 썰어놓은 듯 감정의 절단을 표현한 편집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서서히, 그러나 과감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드라마의 힘에 집중한다면 그리 크게 문제될 리 없다. 마찬가지로 김 감독이 시사회 후 가장 걱정한 잦은 욕설도 그런 관점에서 용인된다. 질펀한 욕설은 이 영화의 등급 판정(18세 이상 관람가)에 이견이 없게 만들 정도.

나이가 꽤 먹도록 어머니가 운영하는 갈비집에서 일하고 용돈이나 타 쓰는 영운(김승우 분)은 별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낙이다. 그에게는 약혼한 여자 수경도 있지만 결혼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말하는 룸비지니스클럽 여종업원, 시쳇말로 술집 여자 연아(장진영)를 만나 그악스러운 연애에 빠져든다. 말머리와 말끝마다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이들의 말과 머리 쥐어뜯고 싸우는 것을 밥 먹듯 하는 이들 커플의 질펀한 연애는 과장되긴 했으나 그저 사랑의 한 표현방식일 뿐이다.

영운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연아의 술집 동료들은 마치 내일은 없을 듯 오늘을 즐기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그냥 연애를 할 뿐이다. 단 연아는 영운을 향해 모든 것을 바칠 듯한 사랑이지만, 영운은 연아가 없으면 못살지만 한편으론 약혼녀 수경에게도 점잖고 애틋한 태도를 보이며 그녀 또한 묶어둔다.

어머니의 협박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들의 연애는 점점 파국을 향해간다. 연아는 결혼해도 "영운은 내 것"이라 생각해 쿨하게 보내주려 하고, 영운 역시 결혼이 연아와의 사이를 변화시킬 만한 일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결혼은 두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는 구속이 된다. 질투와 한스러움으로 점점 더 자신을 망가뜨리는 연아와 더욱 더 현실적이 돼가는 영운의 감정은 극단적이 돼간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탄탄하지만 여기에 빛과 소금이 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김승우와 장진영, 두 배우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열연을 펼쳤다. 몇 편의 영화에서 줄곧 장진영 스스로의 이미지를 쌓아온 채 벗어나기 힘들었던 장진영은 본인은 비록 "100% 공감이 가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도 그 사랑에 공감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승우는 어설픈 코미디, 매끈한 멜로를 집어던진 채 감정에 솔직한 연기를 진솔하게 해냈다. 불운하게도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시차를 얼마 두지 않고 개봉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들 만큼 이기적인 사랑에 몸을 맡긴 남자로 녹아들었다.

코믹하게 등장했으나 스스로 비중을 키워간 전상무 역의 김상호, "떼"로 등장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오달수, 남성진, 탁재훈 등의 연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단, 영화 초반 부산스러움은 과잉이다.

9월7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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