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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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전차남
  • 윤종원
  • 승인 2006.08.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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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남자의 판타지, 전차남

이 남자의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도대체 의도를 알 수 없는 지저분하게 긴 헤어스타일이다. 턱까지 내려오는 긴 헤어스타일은 얼굴을 대부분 가리며 "더벅머리"라 해도 억울하지 않다. 거기에 커다란 안경, 맨 윗단추까지 꼭 채운 셔츠와 "배 바지"(배 위로 바지를 끌어올려 입는 아저씨 스타일의 착용법) 차림에 역시나 커다란 배낭을 등에 메고 운동화를 신은 이 남자. 바로 그 유명한 전차남(電車男)이다.

"전철을 타고 다니는 남자"라는 뜻에서 스스로 붙인 인터넷 대화명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그 외의 세상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오타쿠"(마니아 보다 한 수 위의 뉘앙스를 띤 일본어)다.

그에 반해 여자는 전차남과 180도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깔끔한 스타일의 "오피스 레이디"(일본에서 직장 여성을 뜻하는 말)인 그녀는 상냥하고 지적이며 맛있는 식당을 돌며 외식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2004년에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남녀의 상반되는 스타일은, 캐릭터가 살아 있는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가 된다.

전차남이 "그녀"를 만난 것은 전철 안이었다. 취객으로부터 행패를 당하는 그녀를 얼결에 구한 것. 경우 바른 그녀는 답례로 에르메스 찻잔 세트를 선물한다. 방방 뛰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이 같은 사연을 인터넷 대화 사이트에 올린 전차남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용기를 내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터넷에서 그녀의 이름은 "에르메스"가 된다.

이 같은 이야기는 2004년 봄 일본 2채널(www2.2ch.net)의 많은 커뮤니티 중 "독남(毒男)이 뒤에서 총 맞는 게시판-위생병 불러"라는 희한한 이름의 게시판에 올려지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엽기적인 그녀" 이야기가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과 비견된다.

골방에 틀어박혀 자기만의 세상을 가꿔나가는 오타쿠답게(?) 전차남은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대화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 특히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는 벌벌 떨며 식은 땀을 흘리니 말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에르메스는 그런 전차남을 최고의 순진하고 착한 남자로 평가하며 마음을 내준다. 역시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진리다.

이렇듯 확실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를 중심 축으로 영화는 귀여운 잔재미를 많이 추구했다. 일단 인터넷 채팅이 둘의 연애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화면에는 수시로 채팅 대화가 문자로 뜨며, 채팅에 사용되는 갖가지 이모티콘과 네티즌들의 언어들이 깜찍한 웃음을 자아낸다.

전차남에게 온갖 훈수를 두는 네티즌들의 모습은 수시로 분할된 화면을 통해 함께 등장하며, 이중 전차남 뺨치게 "구질구질한" 싱글남 삼총사의 질투와 호기심이 시끌벅적하게 펼쳐진다.

타이틀롤을 맡은 야마다 다카유키(23)는 이 영화 전까지는 일본 드라마에서 "꽃미남"으로 통했다. 그런 그가 데뷔 5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를 위해 스타일을 완전히 구긴 것. 그러나 영화가 지난해 일본에서 300만 명을 모으며 히트했으니 망가진 보람이 있다. 에르메스 역은 "역도산"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나카타니 미키(30)가 맡았다.

실화라고 하지만 절대 흔히 일어날 수는 없는 로맨스. 소심한 남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다.

9월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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