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원탁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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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원탁의 천사
  • 윤종원
  • 승인 2006.08.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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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친구로 환생한 아빠, 원탁의

"추억의 "마이마이"를 아시나요?"

"마이마이"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 코드다.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서 "마이마이"를 치면 유아용품이 가장 먼저 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절대 그런 의미가 아니다. 80~90년대 히트 상품이었던 휴대용 카세트 라디오를 말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 놓인 간극, 그 속에서 빚어지는 세월의 충돌과 유머가 이 영화의 포인트다.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 제작 시네마제니스)는 사기 치고 돌아다니느라 아들 원탁(이민우 분)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빠(임하룡)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다. 교도소 출소 전날 사고로 어이없이 죽은 아빠의 소원은 원탁의 친구가 돼주는 것. 천사의 도움으로 원탁의 동급생 동훈(하동훈)으로 환생한 아빠는 비뚤게만 나가는 문제아 원탁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쓴다.

18세로 환생했지만 속은 여전히 40대인 아빠가 원탁과 같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다. "CD를 구워오라"는 요구에 CD를 불에 굽고, 햄버거 가게에서는 "주문 받으러 오라"고 소리치며, "불고기 버거"가 불고기 맛의 햄버거라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동훈의 모습은 "투사부일체"의 일자무식 "조폭"들이 유발했던 유머와 만난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지점을 건드리는 것. 그러나 사실 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으니, 영화의 유머가 유치하다고 폄훼할 수만은 없다.

이러한 세대 차이에서 나오는 웃음과 함께 영화는 절절한 부성애를 담아내고 있다. 아들의 친구가 돼주고 싶고, 아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시공을 초월해 생명력을 얻는다. 원탁의 정학을 막기 위해 애쓰고, 대신 벌을 받으려하며, 함께 놀아주려는 아빠의 심정은 남녀노소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듯.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임하룡 대신 탱탱한 하동훈의 모습이기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점에서 영화는 상투성을 극복한다. 너무 보편적이라 어쩌면 억지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을 부성애가 하동훈의 외피를 입음으로써 오히려 더 살갑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는 영화의 노력은 가상하나 그 과정에서 둘다 발화점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뭉클하지만 그러한 "적당함"으로는 쏟아지는 영화 속에서 두드러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임하룡과 하동훈이라는 카드는 더 재치있고 밝은 웃음을 기대하게 한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것은 하동훈의 연기다. 영화가 신화의 이민우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임하룡과 김상중이라는 걸출한 선배들의 존재에도 치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최대 수확은 하동훈이다. 기존의 슬랩스틱 코미디나 가벼운 표정 연기만으로 그의 연기를 짐작한다면 큰 오산. 영화 속 하동훈은 괜찮은 연기자의 출현을 알린다. 선배나 스타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기대 이상으로 잘 소화해냄으로써 결국은 그가 영화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이민우는 다소 뻣뻣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연예계의 톱스타로 군림해온 내공을 드러내며 밉지 않은 데뷔전을 치렀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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