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레이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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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레이크 하우스
  • 윤종원
  • 승인 2006.08.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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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시월애, 레이크 하우스

2000년 9월 개봉한 이정재ㆍ전지현 주연의 "시월애(時越愛)"는 당시 전국 약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절대적인 수치를 봐서는 별반 흥행한 것 같지 않지만 이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날 개봉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50만 명이라는 스코어는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이정재ㆍ전지현의 예쁜 모습이 잘 조화돼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6년 만에 미국에서 환생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최초의 한국 영화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달고서 말이다. 이현승 감독의 바통은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이 이었고, 이정재와 전지현은 키애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이 대신했다. 이 두 세계적 스타는 "스피드" 이후 12년 만에 멜로영화에서 재회했다.

리메이크 영화답게 두 영화는 기본적으로 닮은꼴이다. 2년의 시간 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사는 두 남녀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판타지 멜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향한 애틋한 연정을 키워간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대표적으로 다른 점은, 바다 위에 지어진 집 "일마레(Il Mare)"가 호수 위의 집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로 바뀌었고 여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달라진 것(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건축가로 동일하다).

또 전지현은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심했지만, 샌드라 불럭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 외에는 같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둘을 이어주는 주요 소품이 달라진 정도.

그러나 이러한 외관보다도 비교해야 할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재미"가 아닐까 싶다. "레이크 하우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피드"에서는 상큼하게 보였던 리브스와 불럭의 결합이 이번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서로를 향한 둘의 애틋함은 감정이입을 이끌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또 호수 위로 지는 석양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광은 예쁘지만, 전체적인 영상미에서도 이현승 감독의 솜씨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비로운 분위기에 무게를 실은 원작과 달리 더 현실감을 강조하려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실제로 영화는 같은 시간을 호흡하지 못하는 남녀의 소통이라는, 초자연적 상황에서 오는 묘한 기운을 강조하는 대신 둘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과정을 친절하게 그렸다. 남녀 주인공의 만남은 결국 운명이었지만, 두 영화를 통해 운명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 차를 단편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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