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빅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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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빅 리버
  • 윤종원
  • 승인 2006.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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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 오다기리 조의 빅 리버

영화 "빅 리버(Big River)"를 관람하기 전에 꼭 숙지해야 할 점은 이 영화가 9ㆍ11 테러사건 이후의 미국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 속 인물의 행동과 이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 등을 눈여겨보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광활한 사막. 뉴욕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미국을 여행 중인 일본인 뎃페이(오다기리 조)는 사막 한가운데서 고장난 차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인 알리(카비 라즈)를 만난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 미국에 온 알리. 그는 차의 수리를 도와준 답례로 뎃페이를 태워주지만 그의 고물차는 얼마 못가 멈추고 만다.

"연료가 떨어졌다"며 걸어서 8㎞ 전방에 있는 주유소까지 연료를 구하러가던 차에 뎃페이는 우연히 사막 한가운데 차를 세워둔 미국 여성 세라(클로에 스나이더)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세라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이 있는 트레일러 촌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세라의 아버지를 만난다. 마음 편히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세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우정이 움트고, 그렇게 이들은 길동무가 된다. 미국인ㆍ일본인ㆍ파키스탄인 등 미국인의 시선에서는 비상식적인 조합의 세 사람은 가는 곳마다 곱지 않는 주위의 시선을 느낀다. 그러던 중 세라는 뎃페이에게 끌리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낸다.

"빅 리버"는 로드 무비다. 영화는 미국 동부를 향해 떠나는 이들이 서부극의 무대가 돼온 미국 서부영화의 고향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통과하는 여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황량한 사막지역인 모뉴먼트 밸리는 9ㆍ11 이후 미국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소. 피부색으로 적과 아군을 분류했던 서부시대처럼 대표적인 "멜팅 포트(Melting Pot:용광로)"인 미국도 9ㆍ11 테러 이후에는 인종과 종교, 국적이 편을 가르는 유일한 잣대가 됐음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일본인 후나하시 아쓰시 감독은 뎃페이ㆍ알리ㆍ세라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을 통해 현재의 미국 사회의 불안을 투영하고 이에 대한 알리의 반응을 통해 이슬람 세계의 반감을 이야기한다.

미국 입국 당시 알리가 공항에서 과도하게 몸수색을 당하는 장면이나 과속으로 검문을 받던 알리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자 경찰이 총을 들이대고 위협하는 등 과민하게 반응하는 장면, 알리가 "미국인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 등은 미국과 이슬람세계 사이에 부풀 대로 부푼 적대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친구지만 여전히 소통의 부재를 느끼는 세 주인공을 통해 미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9ㆍ11 테러의 잔재를 보여준다.

영화는 미국 사회를 보는 창이기도 하지만 드러내놓고 이를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장점.

최근 한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일본 톱스타 오다기리 조의 영어 연기와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흐르는 장중한 음악은 이 영화를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17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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