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본침몰
상태바
영화-일본침몰
  • 윤종원
  • 승인 2006.08.05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열도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각종 예언을 통해 숱하게 언급됐다. "일본 열도의 3분의 2가량이 바다에 침몰한다"고 예언한 탄허 스님을 비롯해 지각 변동으로 인해 일본이 가라앉는 대신 서해가 융기해 육지가 되고, 백두산이 세계 최고(最高) 의 산이 된다는 예언도 있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예언과 일부분 일맥상통하는 소설 "일본 침몰"이 1973년 일본 SF 거장 고마쓰 사쿄에 의해 선을 보였다. 일본 열도가 지각판 균열로 순식간에 태평양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 이 책은 출판 후 무려 40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해 12월에는 당시 사상 최고액인 제작비 50억 원이 투입돼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당시 이 영화와 소설이 일본 사회에 미친 충격파는 엄청났다. 평소 지진과 화산 폭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던 일본인에게 "일본 침몰"은 무엇보다 현실화 가능성 있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후 주가는 폭락했고 이민자가 속출했다.

반면 영화는 6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400억 원의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일본인에게 "일본침몰"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재난 영화이자 "공포 영화"였던 셈이다.

33년 후 이 영화가 리메이크돼 일본 열도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7월15일 일본 전국 316개 관에서 개봉한 영화는 3일 동안 9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 침몰"은 이 같은 일본 흥행을 등에 업고 한국에서도 8월31일 전국 200여 개 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도입부 일본 스루가 만에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대지진이 발생한다. 이어 도쿄, 규슈 등 일본 전 지역으로 지진이 확산된다.

미국 지질학회는 일본 열도의 지각 아래에 있는 태평양 플레이트가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면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일본열도는 40년 안에 침몰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일본 지구과학자 다도코로 유스케(도요카와 에쓰시)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실시, 미국 연구 조사 결과보다 빠른 338일 후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그러자 정치권 각료들은 국민을 외면한 채 해외로 도망간다.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도 비행기와 배로 일본을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인다.

와중에 다도코로는 일본 열도를 구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낸다. 일본 열도와 플레이트 사이에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진 "N2" 폭약을 투하해 열도와 플레이트를 분리시킨다는 것. 하지만 1차 시도에서 대원과 함께 "N2"폭약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에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 도시오(구사나기 쓰요시)가 총대를 맨다. 구형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들어갈 것을 결심한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이런 재난 이야기 위에 멜로와 휴먼 스토리가 얹힌다. 오노데라는 지진으로 부모를 잃어 마음을 닫아 버린 소방구조대원 아베 레이코(시바사키 고)와 엇갈리는 사랑을 나눈다. 시바사키 고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메종 드 히미코" 등의 주인공을 맡아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커플은 또 아베 레이코의 이모 등 동네 주민을 비롯해 역시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여자 어린이 등과 끈끈한 인간 관계를 형성한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대형 재난 앞에서 미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서로 감싸 안으며 깊은 애정을 재확인하게 된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컴퓨터그래픽. 전체 예산의 절반 가량을 쏟아부을 정도로 공을 들인 컴퓨터그래픽은 대형 지진으로 도쿄타워, 레인보브리지 등 일본의 유명 건물들이 무너지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3개월 촬영 후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 등 후반 작업에만 7개월이 투자됐다.

다만, 긴박한 재난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와 휴먼스토리가 느슨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듯한 느낌을 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러닝타임도 135분으로 시종 긴장과 집중을 유지하기에는 다소 긴 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