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흔들리는 마음 "유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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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흔들리는 마음 "유레루"
  • 윤종원
  • 승인 2006.08.0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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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란 일본어는 "흔들리다"라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 흔들리는 것은 물론 사람의 마음이다. 구체적으로는 피를 나눈 형제를 향한 마음이다. 그 마음은 계곡 위에 높게 걸쳐진 다리와 함께 시종 흔들린다.

분쟁을 싫어하는 착하고 소심한 성격의 형 미노루는 고향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반면 도쿄에서 잘 나가는 패션 사진작가인 동생 다케루는 소유욕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고향으로 내려온 다케루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 지에코와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미노루, 지에코와 셋이서 계곡으로 소풍을 간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지에코를 뒤로 하고 숲 속으로 사진을 찍으러 들어간 다케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계곡 위에 걸린 다리에서 실랑이를 하는 지에코와 미노루의 모습을 나뭇잎 사이로 보게 되고 뒤이어 지에코의 추락사를 목격한다.

과연 다리 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다케루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과 사실 넘어 존재하는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티 없이 착한 미노루가 지에코를 밀친 것일까, 아니면 미노루가 내민 손을 거부하던 지에코가 실족사한 것일까.

여류감독 니시카와 미와는 자신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충격적인 영상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살면서 눈앞에서 벌어진 일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감독 역시 너무나 생생했던 꿈속 영상을 잊지 못하고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문제는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건, 혹은 현장의 상황이 그 자체로 진실한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광경을 보고도 해석이 분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각도와 가치관에 따라서 말이다.

영화에서 지에코의 추락사에 대해 타살, 자살, 실족사 여부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장에 있었던 미노루조차도 지에코를 향한 연정이 뒤섞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똑바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또 먼발치에서나마 사건을 목격했던 다케루는 형을 무조건 변호하려는 입장과 형에 대한 미묘한 질투 심리 사이에서 시시각각 사건을 다르게 기억해낸다.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이 작품은 숨 쉬는 소리도 잡힐 듯한 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포착해낸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흔들림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듯, 갈 지(之) 자를 걷는 내면의 흔들림이 햇살 받은 나뭇잎의 미세한 떨림처럼 펼쳐진다. 그 흔들림에는 질투와 이기심, 사랑과 배신의 묘한 쾌감 등이 공존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미시적인 시선을 유지하다보니 나뭇잎은 보이되, 숲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또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화면은 지나치게 침착해 러닝타임 119분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이 모여 하나의 숲을 이뤄야 할 텐데 그것은 이내 흩어져버린다.

국내에서 "티케팅 파워"를 지닌 오다기리 조가 다케루 역을 맡아 "이유 없는 반항아" 같은 그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8월10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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