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키핑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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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키핑 멈
  • 윤종원
  • 승인 2006.07.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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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블랙 코미디 키핑 멈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선 "키핑 멈(KEEPING MUM)"은 "잠자코 있기", "입 다물고 있기"라는 뜻이다. 제목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영국산 블랙 코미디는 다림질이 잘된 깔끔한 웃음으로 단장돼 있다. 또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포스터 맨 앞에 등장해 또 하나의 슬랩스틱 코미디일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이 영화에서 앳킨슨은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다.

단점을 뒤로 하고 장점을 살펴보자. 꽤나 호화 캐스팅이다. 앳킨슨과 함께 매력적인 영국 여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해리 포터" 시리즈의 깐깐한 여교수 매기 스미스, 그리고 패트릭 스웨이지가 출연한다.

장르는 코미디인데, 앳킨슨의 전매특허인 "나사 풀린" 코미디가 아니라 상황이 빚어내는 유머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또 살인이 너무도 쉽게 자행되지만 그 표현방식은 비교적 "유순"해 코미디와 각을 세우지 않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파생물이라니 웃음 속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영국의 평화로운 작은 시골 마을. 월터(로완 앳킨슨 분)는 부녀자들의 원예회 고민까지 들어주는 답답할 정도로 모범적인 목사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그의 가족은 문제투성이다.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잠자리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실망해 골프 강사 랜스(패트릭 스웨이지)와 바람이 나고, 모델처럼 예쁜 10대 딸은 남자친구를 수시로 바꿔치며 요란한 애정행각을 벌인다. 또 소심한 어린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 신세.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그의 가족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때 "짜잔~" 하고 구세주처럼 자상한 할머니 가정부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등장한다. 그레이스가 이 집에 들어온 후부터 월터 가족의 고민과 문제점은 하나둘씩 사라진다. 가정의 평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 다만 이상한 것은 그레이스가 온 후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식 연못 살인사건"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영화는 행복한 가정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깨졌을 때의 핏빛 배신감을 끈적이지 않게 그려냈다. 대단히 서늘한 소재를 위트 있게 풀어낸 솜씨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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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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