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병인 관리·감독 의료기관에 책임 전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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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병인 관리·감독 의료기관에 책임 전가 말라
  • 병원신문
  • 승인 2024.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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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병원, 그 중에서 특히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린 적이 있다.

간병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동포들이 중국에 들어갔다 다시 들어오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그 때 간병인 구인난이 불거진 이후, 간병을 둘러싼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간병하다 지쳐 살해한 사건, 간병을 받아야할 노인이나 환자가 간병하는 사례, 간병인력 부족을 틈탄 간병인의 환자학대나 갑질.

간병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고 급기야 간병 급여나 국가책임과 같은 명제를 사회에 던지게 되었다.

간병비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환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해결해야할 3대 비급여로 꼽혔으나, 간병비 급여에 따른 재정부담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개선방법을 찾지 못하고 지금까지 사적 부담으로 남아 있는 상태. 

간병인은 주로 환자나 보호자와 간병인 간의 사적 계약으로 고용되기 때문에 신고나 등록은 물론이고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어 현황이나 규모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이진선·김진현 교수의 ‘사적 간병비 규모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에서 언급된 수요는 2018년 기준으로 연인원 8,944만명.

이를 기초로 한 유급 간병비와 사적 간병인의 기회비용을 더한 사적 간병비 규모는 8조 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간병서비스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지원, 가사·간병방문지원서비스,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이 있으나 지금의 간병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국회에서 간병과 관련된 법안이 심심찮게 발의되고 있는 상황.

22대 국회에서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법률안에 이어 급기야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의료기관에 맡기자는 법안까지 나왔다.

간병이 사회적으로 결코 작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는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의료기관에 의무화하는 것은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발상으로밖에 안보인다.

간병인에 대한 정의와 자격, 업무범위, 양성기관의 설립 등 간병인의 관리와 감독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부터 만들어 놓고 법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올바른 수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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