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범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워지자 하위법인 의료법시행령에 같은 내용을 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윤준병 의원이 대표발의한 ‘불법개설 의료기관 행정조사 업무위탁’을 주요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안에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대신 의료법시행령에 반영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법 제86조 제2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업무를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불법개설 의료기관 실태조사 업무를 건보공단에 위탁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의료법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4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시행령이 개정되면 의료법 제33조3 제2항에 따른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에 대한 행정조사 및 실태조사 업무를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위탁할 수 있다. 사실상 건보공단이 그토록 염원해온 특사경에 맞먹는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에 부여된 권한의 일부를 행정기관이 아닌 건보공단 같은 법인에 맡기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따져 볼 여지가 있고, 무엇보다 건보공단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데 대한 의료계의 반발로 의·정간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복지부가 불법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행정조사 및 실태조사 업무를 건보공단에 위탁하는 법률적 근거는 정부조직법 제6조제3항 및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이들 법령에서는 행정기관의 소관사무중 조사·검사·검정·관리사무와 같이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불법개설 약국 실태조사 업무의 경우 약사법 제20조의 2와 약사법시행령 제22조의 3에 따라 업무 중 일부를 건보공단에 위탁 운영 중인 것이다.
의료법시행령 개정에 앞서 건보공단에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공정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의 실태조사 과정에서 위압적인 조사를 경험해 본 의료기관들로서는 건보공단의 권한남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의료기관들이 건보공단에 불법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조사업무를 위탁해야할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밀어부쳐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