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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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정사
  • 윤종원
  • 승인 2006.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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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충돌 세 가지 사랑, 정사


오스트리아의 잿빛 겨울. 어두운 화면보다 우울한 것은 사랑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다.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사랑과 섹스에 탐닉하지만 목마름은 쉽게 해갈되지 않는다. 엇갈리기만 하는 사랑의 화살표 때문이기도 하고, 욕망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 때문이기도 하다. 봄은 요원하고 가슴은 답답하다.

제목 그대로 영화에는 세 가지 사랑이 등장한다. 또 "정사"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장면 역시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심지어 성기 노출마저 아무런 감정 없이 다가온다.

간호사 에바는 딸을 둔 40대 중산층 주부다. 어느 날 그녀에게 한 남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남편에게 야간근무라고 거짓말을 하고 나선 에바는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이들은 몇 년 전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나 며칠 밤을 함께 보낸 사이. 둘은 호텔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도 섹스를 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에 탐닉한다.

편의점 캐셔인 20대의 소냐는 거리 광고판을 만드는 남자친구 마르코와 동거를 한다. 그녀는 마르코가 떠날까봐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늘 그의 행동을 의심한다. 결국 소냐는 산책을 나서는 마르코를 미행하고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소냐는 자살을 기도한다.

니콜은 아들 한 명을 둔 30대의 이혼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한 그는 젊은 애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 날 다시 나타난 남편은 재결합하자고 애원하며 니콜을 포박한다. 니콜은 남편의 집착에 치를 떨고, 그때 나타난 그녀의 젊은 애인은 남편에게 한방 맞는다.

독립적인 것 같은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며 우울한 도시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에바와 마르코, 니콜의 불륜과 일탈은 그 순간 대단히 달콤하지만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현실은 암울해진다. 또 모순적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 이혼은 원하지 않거나 혹은 결혼할 사람이 있지만 외도를 꿈꾸는 등 주인공들의 욕망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원초적 본능과 강렬한 욕망은 치명적 사랑을 만든다. 그러나 그 사랑이 정답이라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한다. 비록 온몸이 활활 타오른다 해도 말이다.

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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