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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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 청춘에게 고함
  • 윤종원
  • 승인 2006.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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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단상
"청춘"이라는 단어만큼 가슴 설레고 아련한 게 또 있을까. 그 당시에는 출구 없는 통로에 갇힌 것 같아 답답하고 힘들 수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게 청춘이다. 이렇듯 신비한 마력을 가졌으니 영화뿐 아니라 예술의 단골 소재가 되는 건 당연하다. 청춘을 논하고 분해하고 회상하고 추앙하고... 이번에는 청춘에게 "고(告)하는" 영화다.

21세의 대학 휴학생 정희는 언니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지만 섹스만 원하는 남자친구와 자식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괴로워한다.

26세의 공중전화박스 수리공 근우는 특별한 꿈도 없고 회사의 파업에도 관심없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런 그가 전화 수리 도중 통화를 엿듣다가 우연히 알게 된 여인에게 집착하고 그 여인이 통화했던 상대방 남자를 미행하다 폭행한다.

독문과 박사과정을 밟다가 입대한 30세의 늦깎이 병장 인호는 말년 휴가를 받고 나온다. 그러나 깜짝 놀라게 해주려던 아내는 부재중이고 집에서는 낯선 남자의 흔적이 발견된다. 미래가 불투명한 학업에 회의를 느낀 그는 취업을 준비할 생각을 하고, 우연히 들른 대학 동창의 결혼식에서 만난 여인과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보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작품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2001)로 칸 국제영화제 등 해외에서 주목받은 김영남 감독은 2005년 "뜨거운 차 한잔"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단편상인 선재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내 청춘에게 고함"은 5월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일본 NHK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 덕분에 영화는 내용보다 외적으로 우선 관심을 끈다. 조범구 감독의 "양아치어조"처럼 말이다. 공교롭게 두 영화 모두 청춘의 단상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이들 영화 속 청춘의 모습은 즉흥적이고 무기력하며 한편으로는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식이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또 두 감독은 모두 청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은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처럼 하나같이 답답하다. 이런 날은 바이오리듬이 뚝 떨어지기 마련. 이럴 땐 차라리 비가 주룩주룩 내려주면 운치가 산다. 영화 속 청춘들도 마찬가지. 비가 한바탕 내려줘야, 그래서 흠뻑 젖어 열병을 앓아봐야 한다.

문제는 영화에서는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는 사실. 비가 올듯말듯하면서 끝난다. 그러니 좀이 쑤실 수밖에. 그래도 영화적 즐거움은 세 번째 이야기가 보장한다. 줄거리의 짜임새는 물론, 김태우의 살가운 연기가 근래 이처럼 빛을 발한 적이 있었나 싶다. 책갈피 속에서 우연히 찾아낸 만 원짜리가 주는 뜻하지 않은 행복처럼 반갑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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