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회사에서 징계의결이 요구된 근로자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행한 경우, 근로자는 징계처분이 결정되기 전에도 대기발령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때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어떻게 판단되는 것일까?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고, 직무가 부여되지 않는 대기발령 조치가 행해진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대기발령이 징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판례는 대기발령의 법적 성질을 징계와 구분하여 보고 있으며, 그 정당성 판단 역시 징계와 달리하여 징계보다는 정당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먼저, ‘대기발령’이란 일정한 사정 하에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에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정기간 보직을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이며, 실무상으로는 ‘직위해제’라는 표현도 혼용된다.

대기발령은 인사상의 필요에 의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이며, 직무가 부여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은 대기발령의 부수적인 효과로 발생되는 것이다.

반면 ‘징계’는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쳐 가하여지는 징벌이다.

즉 징계는 확정적인 처분이자 불이익의 부과 자체가 본질적인 목적이라는 점에서 대기발령과는 구분이 된다.

따라서 대기발령 처분의 정당성 판단은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의 정당성 판단 방법에 따른다.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업무상 필요성과 대기발령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근로자가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인지, 신의칙상 요구되는 근로자와의 협의를 거쳤는지를 살펴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다만, 취업규칙 등에 대기발령의 절차가 별도로 존재한다면 그에 따라야 하고,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발령이 부당하여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기발령은 일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기간의 적정성도 지켜져야 한다.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부당하게 장기간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에는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나 근로자가 받게될 신분상, 경제상 불이익 등을 살펴 그 정당성이 부인될 수 있다.

다만, 대기발령이 인사명령이 아닌 징계처분에 해당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예컨대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 조치로 인해 임금삭감, 승진제한 등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이 확정적으로 존재한다면, 이것은 단순한 잠정적 조치가 아닌 징계처분의 하나로 볼 여지가 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만약 그 실질이 징계처분에 해당한다면 징계의 정당성 판단 방법인 징계사유, 절차 및 양정의 준수 여부를 검토하여 정당성이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취업규칙 등에 대기발령이 징계종류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대기발령 시에도 회사가 정한 징계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추가로 대기발령 기간 중의 임금과 관련하여 주의할 점이 있다.

만약 대기발령이 ‘회사 대기’라면 근로자는 단순히 직무가 부여되지 않을 뿐이고, 출근 의무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출근을 전제로 한 기본급이 지급되어야 한다.

다만, 현실적인 근로제공을 이유로 하는 직무관련 수당은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기발령이 ‘자택 대기’인 경우에는 출근 의무가 정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급도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6조에서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따른 휴업이 있는 경우, 평균임금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자택 대기발령은 제46조의 휴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소한 휴업수당 이상은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