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눈 가리고 아웅식 위원 구성으로 전공의 우롱하고 있어”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명백한 기망 행위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논란의 중심이 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정부 몫 위원 확대 추진과 관련해 전공의 위원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명을 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료계는 명백한 기망 행위이자 전공의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7월 2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추천을 확대하기 위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권 지원관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로 전공의를 추천하는 방식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의 추천 인원수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며 “8월 12일까지 입법 예고를 진행 중으로, 이번 조치는 복지부 지정 전문가를 늘려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권 지원관의 설명처럼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수평위 위원 가운데 기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3인을 5인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 수평위 위원 구성은 의협 추천 1인, 병협 추천 2인, 대전협 추천 2인, 의학회 추천 3인, 복지부 장관 지정 3인, 복지부 당연직 1인 등이다.
문제는 지난 5월 29일 복지부가 대전협 추천 전공의 수평위 위원을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린다는 발표와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이 5인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전공의가 아닌 다른 전문가가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에 팽배한 상황.
이와 관련 의협은 7월 23일 오후 성명을 통해 “복지부가 전공의 수평위 위원을 3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정부 측 위원 2명을 늘리는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즉, 복지부가 황당무계한 발표로 과거 발언을 망각하고 덮으려는 만행을 스스로 일삼고 있다는 것.
의협은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려면 대전협 추천 위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 응당 이치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복지부는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의료계를 우롱하고 있다”며 “일단 막무가내로 발표하고 여론을 지켜본 후 아니다 싶으면 말을 바꾸는 복지부의 언행불일치 행태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규탄했다.
의협은 이어 “복지부는 그동안 수많은 각종 발표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전공의들에게 정부를 믿고 수련병원으로 복귀해줄 것을 종용했지만, 다시 한번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이고 전공의들을 꾀어내기 위한 검은 속내가 있었음을 만천하에 인정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가 진정으로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수평위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7월 23일 SNS에 복지부가 기망 행위를 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남겼다.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법을 살펴보면 ‘전공의 대표자’와 ‘전문가’는 분명히 구분돼 있다”며 “정부는 전문가 위원을 확대할 게 아니라 수평위 위원 구성을 전면 개편해 본래 입법 취지에 맞도록 근로자이자 수련 당사자인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입법 예고는 명백한 기망 행위”라며 “정말 전공의 위원을 늘리고 싶으면 전공의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3호(의사회에서 추천하는 전공의 대표자 2명)를 개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