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전문수련센터 올해부터 사업 중단에 학회는 대 끊어지기 직전
외상학회, “새로운 방식의 수가 필요, 특별한 대우 없인 외상전문의 못 늘려”
학회 창립 39주년을 맞은 대표적 다학제학회인 대한외상학회가 학회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상세부전문의 배출은 매년 줄고 있고 기존 외상전문의 역시 외상센터를 떠나고 있어 대가 끊기기 직전이다.
대한외상학회는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 ‘다시 도약할 시간’이라는 주제로 ‘11th Pan-Pacific Trauma Congress 2024 Korea(PPTC 2024)’ 및 제39회 대한외상학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1985년 창립한 외학상회는 올해 39년째로 내년에는 40주년을 맞는다. 매년 열리던 정기학술대회를 지난 2013년부터 ‘Pan-Pacific Trauma Congerss’라는 명칭의 국제학술대회 승격시켰다.
다른 학회들은 보통 하나의 과로만 운영되지만 외상학회는 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마취과‧영상의학과까지 모두 참여하는 대표적인 다학제학회로 심지어 국군 의무사령부까지 함께하고 있다.
6월 14일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외상학회 조항주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과 오종건 회장(고대구로병원), 유병철 학술위원장(가천대길병원)은 이구동성 팀워크를 이번 학술대회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로 꼽았다.
조항주 이사장은 “2012년 처음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된 이후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초기에 비해 외상진료의 질 역시 획기적으로 향상됐다”면서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기까지 대한외상학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외상환자는 한 명의 학회만이 아닌 여러 다른 임상부서의 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같은 맥락에서 외상학회는 중상을 입은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다양한 임상부서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일반 학회와 다르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최신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팀 접근법도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종건 회장도 ““다인성 및 위중증 환자를 관리하려면 다학제적 팀워크가 매우 시급한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소위 전문성이 다른 팀원들의 관점을 이해하지 않으면 팀워크를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상호 간의 이해는 결국 우리를 전문가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상센터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2013년 국제학술대회로 전환하면서 학술대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군에서도 국군수돕병원, 의무사령부에서 군의관뿐만 아니라 간호장교, 군 응급구조사 등 외상과 관련된 학술대회에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고 유병철 학술위원장은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특히 국제학술대회로 진행하게 된 주된 이유는 국내에서 외상센터가 생긴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컸다”며 “올해는 전 미국외상학회 회장인 스탠포드대학 ‘데이비드 스페인’ 교수를 초청했고 일본 외상학회하고도 MOU가 돼 있어 일본외상학회 야수미츠 미조바타 회장(오사카 메트로폴리탄대)이 참석해 기조 강연을 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처럼 국제적인 학회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대한외상학회가 앞으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
2010년 외상학세부전문의 86명을 배출했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13명만이 세부전문의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은 수가로 전국의 외상센터들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보니 병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외상전문의 부족으로 기존 의료진들의 업무환경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지속적으로 외상센터를 떠나는 전문의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항주 이사장은 “학회가 운영 중인 외상학세부전문의 제도가 있는데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상학회에 가입을 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총 351명으로 과별로는 외과가 147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정형외과 76명, 흉부외과 64명, 신경외과 32명 등을 비롯해 내과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가에서 지원하는 외상전문 수련센터에 대한 사업이 올해부터 중단될 것으로 보여 외상세부전문의 배출은 더욱 요원해진 상황이다.
현재 독립적으로 외상전문 수련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고대구로병원이 유일하고 가천대병원, 아주대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가 교육기근을 추가해 외상전문 수련센터로 지정 받아 운영 중이다.
유병철 학술위원장은 “올해부터 복지부에서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지원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요청을 해서 복지부와 수련과정을 함께 만든 게 5년 정도 됐는데 외과쪽에서는 외상을 하려는 인원이 워낙 적다보니 배출 숫자가 4~5명이 채 안된다”고 토로했다.
예산만 편성하고 불용으로 계속 처리돼 복지부는 올해부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뜩이나 현원을 가지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새로 들어오는 인원이 없다는 것이 외상학회의 가장 큰 고민이다.
오종건 회장은 “결국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없는 이유는 우선 근무 환경이 가혹하고,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할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하지말아야 할 일이 바로 외상센터”라며 “병원에서는 홍보하기가 좋지만 병원장은 뒤에서 ‘해줄게 별로 없다.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어서 “사실 정부가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들리는 이야기는 ‘외상은 그동안 투자가 이뤄졌는데 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라는 시각을 정부가 갖고 있다”며 “응급, 중증, 기피과 등 우리가 말하는 필수의료의 정의를 내리고 당연히 그 안에 외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동안 외상은 충분히 투자가 됐으니 이번에는 아니다라는 흐름이 있다고 해서 굉장히 우려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정형외과 의사가 외상세부전문의로 수련을 받고 외상센터나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그 일에 대한 가중치를 줘야 한다는 게 오 회장의 생각이다.
오 회장은 “권역외상센터 수술수가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에 지금 수가에 100%를 더 준다는 서이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만일 골절수술 수가를 전반적으로 올리면 전문적으로 하지 않던 의사들이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학병원이라면 적어도 국내에서 3차 의료기관이고 신뢰할만한 의료기관인 만큼 대학병원까지 폭을 넓혀서 외상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료진이 임상의 80~90% 이상을 외상을 전담하는 전문가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그런 전문가들도 지금 전국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만큼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인원도 얼마 안되기 때문에 예산도 거의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적은 숫자의 전문성을 갖춘 외상세부전문의들에게는 수가 100%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대우를 해줘야만이 외상학이 기피 과목이라는 이야기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병철 학술위원장은 “수가는 움직이지 않고 인건비만 투입되다 보니 병원입장에서는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 외에는 투자할 요인이 없다”며 “외상센터는 복지부에서 지원받으니까 거기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고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기 때문에 지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의 경우 예를 들어 인건비 1억 3천만원이면 타 직군에 맞춰 더 투자를 해야 사람들이 모일텐데, 현재 입원전담의‧중환자전담의의 경우 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외상전담전문의들은 10년째 임금이 비슷해 처음에 들어왔던 외상전담전문의도 빠져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유 위원장은 “물론 급여가 제일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교가 되면 어쩔 수가 없다. 중환자전담의로 옮기면 당장 급여가 2배 올라가고 일주일에 5일 낮 근무만 하면 된다”며 “처음부터 해왔기 때문에 하고는 있지만 과연 새로 오는 사람이나, 1~2년 일해본 사람들은 비교를 해보고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수가 등 개선 없이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수술 수가를 일괄적으로 올리게 되면 모든 병원에 적용될 수밖에 없고 함께 올려야 하는 수가도 너무 많다. 모든 병원에 수가가 함께 적용되면 외상센터나 외상전문의는 이익을 보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적 비용만 많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어서 복지부와 학회 모두 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눈치다.
그래서 행위별 수가가 아닌 새로운 수가가 필요하다는 게 외상학회의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복지부와의 논의에서 정책수가 이야기가 나왔다. 정책수가는 코로나 당시 병상당 수가를 줬던 것처럼 병상에 환자가 없더라도 수가를 주는 문제를 포함해서 건의한 적이 있다”면서 “지금의 행위별 수가로는 병원에서 투자할 매력을 느끼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외상학회는 외상센터야말로 전문의 중심병원이라며 대가 끊기기 전에 하루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 이사장은 “연도별 외상세부전문의 취득현황을 보면 첫해인 2010년 86명에서 2023년 16명으로 점점 취득 인원이 줄어들고 있고 외상센터에서도 인원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경우 계속해서 인원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회장은 “굉장히 어려운 수련을 거치고 특별한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아주 격한 노동강도가 필요한 업무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보상이 안 되니까 사람들이 외상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방법은 정부에서 외상전문가들의 능력을 돈으로 보상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하고자 하는 사람도 생길 거고 병원 경영 수지타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 위원장은 “현재 전담 전문의 중심병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외상센터가 전문의 중심병원이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지금처럼 전문의에게 재정지원을 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외상전문의를 늘리려면 대가 끊기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