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소비자‧환자단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반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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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소비자‧환자단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반대 한목소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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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성 다분…환자 피해구제 원천 차단할 최악의 악법 될 것
입증책임 전환이 핵심, 의료 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 필요
의대 증원 이슈에 묶여 처리 반대, 사회적‧합리적 논의 이뤄져야

의대 증원 문제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시민‧소비자‧환자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혀, 법 제정까지 험난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와 필수의료 기피현상 해소를 취지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하 특례법)’ 제정 계획을 밝히고 같은 달 제정안 발표와 함께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발표한 특례법은 의료인이 보험 및 공제조합에 가입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으로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의 보험가입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한 것을 차용한 것이다.

시민사회의 입증책임 전환 요구와 의료계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요구가 맞선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례법 제정안을 발표하게 되면서 시민사회 추천 의원들이 협의체를 탈퇴하는 파행을 거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의료소비자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6월 12일 경실련 강당에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올해 2월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특례법’ 제정안에 대한 문제점과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2025년 의대증원 규모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정부와 국회가 특례법 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특례법의 세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시민‧소비자‧환자단체 입장에서 우리나라 의료사고 관련 민‧형사상 책임 및 행정상 규제의 문제점과 입법 방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가 6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렸다.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가 6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렸다.

먼저 발표자로 나선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의 피해구제가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고 의료 감정과 피해 입증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과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피해 사실 및 인과관계 등을 밝히기 위한 ‘의료감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절차 지연 등

으로 인한 재판청구권 제약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소송에서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환자가 분야의 전문성,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실제 법원에서도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엄격히 다루는 경향이기 때문에, 환자는 고된 자구 노력과 함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고통이 가중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변호사는 “환자 측의 증명 곤란과 의료사고의 특성을 고려하여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특례법이라는 것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면허를 취득한 또는 의료인 면허를 취득한 특정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 반하며 구체적인 내용에도 중상이나 사망을 포함한다는 것은 굉장히 과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이어진 발표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에연합회 대표는 크게 몇가지 이유를 들어 특례법 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앞서 박호균 대표변호사와 같이 먼저 특례법의 위헌성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특례법을 차용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그 대상이 전국민이 아니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특정 의료인에 대해 적용할 경우 헌법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무엇보다 교특법이 지난 2009년 위헌판단을 받았던 내용과 동일하게 특례법에서도 중상해 및 사망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가 불가하도록 한 내용은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등 위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 번째로 피해자 보호 정책으로서 입증책임 전환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교통사고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은 운행자의 무과실 책임을 규정해 피해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고 있어 교통사고를 당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반면

특례법의 경우 자배법을 전제로 하는 교특법 체계를 따랐다고 하면서도,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인에 대한 공소제기 자체가 금지돼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여전히 엄격히 지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례법이 환자에게는 기존과 별 다를 바 없는데 반해 의료인에게만 추가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특례법은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특례가 적용되기 위해 보험 및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지만, 현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이 운용하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통해 의료인이 자력이 없는 경우에 손해배상 받도록 하고 있어 유의미한 개선이라 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의료인에 대해서는 응급상황에서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감경, 중상해 아닌 경우에 대한 의료중재원 조정시 반의사불벌죄 규정 등 처벌 특례가 이미 있음에도 공소 자체를 못하게 하는 특혜를 추가로 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료인에 대한 특례법이라고 못 박았다.

안 대표는 “특례법이 의대 증원 이슈에 묶여, 자칫 환자를 국민의 재판 청구권 같은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며 “사회적‧합리적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라는 제정 취지와 달리 의료인에 대한 특혜만 부여하는 특례법 제정시도를 중단하고, 환자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도 입증책임 전환이 법제정의 가장 핵심문제로 떠올랐다.

토론회 좌장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는 교특법을 벤치마킹했으면 거기에 맞게 입증책임도 전환되면서 보험을 들은 경우 면책 시켜주는 쪽으로 가는 게 특례법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건 국민들은 돈은 돈대로 내고 입증책임은 본인이 다 지고 형사특례까지 주게 되는 이런 악법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인력 증원 정책을 폈는데 의사의 반대가 예상되니 달래기용으로 의사의 형사처벌 면제를 두는 법안이 바로 특례법”이라면서 “교특법을 벤치마킹 한 것은 상당히 잘못됐고 그나마 교특법은 입증책임 전환을 전제로 깔고 도입을 했었는데 특례법은 그것조차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위원장은 “피해자도 피의자도 억울암이 없으려면 의료 감정 제도를 좀 더 공정하게 만들어줘야 된다”면서 “감정에 비의료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의료인도 이 감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바꿔줘야 한다는 것.

송 위원장은 “의료인들의 감정은 자문 역할에 그쳐야 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이 삭제돼야 한다”며 “현재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상근 감정위원들을 비의료인으로 바꿔, 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회의를 주재하도록 하고 의료인들은 여기에 의료적인 자문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그렇게 개선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특례법을 만드느냐 만들지 않느냐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의료사고와 관련된 피해 구제의 문제점들을 좀 더 더 통합적으로 살펴보고 과연 이 법이나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통찰적인 관점에서 조금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시점은 특례법의 제정보다는 더 큰 현안의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그 문제와 같이 가야 될 부분이지 단지 핀셋처럼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들이 다 조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부장은 특례법이 환자의 권리 구제보다 유독 우리 사회에서 과도하게 혜택을 받고 있는 의사 집단에 더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부장은 “경과실에 의한 경상의 발생,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도 의료분쟁 조정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되는 중재가 성립하면 형사상 처벌을 하지 않는 특례가 이미 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례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나 사망 또는 중상의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까지 형사 책임의 면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크다”면서 “여전히 의료 피해자가 입증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피해자 보호라는 법안 취지에도 맞지 않는 만큼 소비자단체 입장에서는 이 법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의 특례법 제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도 못하고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며 “법안은 입증 책임의 전환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의료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위하여 반드시 재고되어야 하는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 역시 “입증책임 전환이 전제되지 않는 한 말도 안 되고 또 공제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아무것도 없이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 자체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수사나 고소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유족과 피해자에게 치료나 수술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날 토론회 참가단체들은 6월 14일 열릴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 공동 의견을 모아 전달할 예정이며, 환자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연대 활동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토론회 좌장은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 발제는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와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맡았으며, 이후 지정토론은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최자영 의료소비자연대 정책위원장,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부장,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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