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약계 ‘참담·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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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약계 ‘참담·분노’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0.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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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표 찬성 가결···의약계 일관된 우려 목소리 무시돼
병협·의협·치협·약사회, “요구사항 불수용 시 보이콧”
시민단체도 즉각 반발, “의료 민영화의 길 펼쳐졌다”
(사진: 연합)
(사진: 연합)

보건의약계의 일관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 향후 보건의약계와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의약계는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시 ‘보이콧’까지 예고한바, 법안 통과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10월 6일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찬성 205표, 반대 6표, 기권 14표로 가결 처리했다(재적 298표, 재석 225표).

제안 설명에 나선 박재호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번에 가결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각각 대표 발의한 내용을 통합한 안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보건의약계는 그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의료기관에 행정적 부담을 지우고 환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꾸준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무시된 채 14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가결 처리됐다는 소식에 보건의약계는 참담한 심정을 즉각 내비쳤다.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보험사의 지급 거절·거부로 이어져 국민 건강을 반드시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를 남겼다.

특히, 이전부터 보건의약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제언은 철저히 무시한 채 오직 금융위원회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보건의약계와 충분한 논의도 없이 통과시켜버린 희대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 분노를 참지 못한 이들 단체다.

이들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제기하고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정보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300만 개의 회선이 필요함에 따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등 잘못된 정보로 위원들을 호도한 바 있다.

보건의약계는 이미 전용 회선 등은 사라진 지 오래이며 인터넷을 통해 암호화를 거친 정보의 직접 전송이 충분히 상용화돼 있어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수차례 피력했다.

이들 단체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결국 국민의 편의성 확보라는 탈을 쓰고 축적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 거절 및 가입 거부 등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고, 오히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삼모사 격의 문제가 산적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위원회와 국회는 오직 기업 이익을 최우선시하기 위해 시종일관 거짓말을 하며 법안 통과를 위해 보건의약계·시민단체·환자단체 등의 우려를 방관했다는 것.

이들은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해 법안 심의를 강행한 국회와 정부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다시 한번 끝없는 분노를 표한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의 의료법 상충 문제 등 별도의 법률검토를 통한 위헌소송을 진행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해서 국민들에게 알려 환자의 진료 정보가 무분별하게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넘어가는 것을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더이상 국민과 보건의약계의 진정한 조언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는 독단적인 국회와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직접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끝으로 이들 단체는 네 가지 요구사항이 법안에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 가지 요구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은 정보 누출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보장된 기관으로 엄격히 정하되 관의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료율을 정하는 보험개발원은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의 편의 증진을 위해 보험금 청구 방식 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와 전자적 전송 방식을 위한 인프라 구축비용뿐만 아니라 전담인력 및 자료전송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을 구체화해야 한다 △법안의 취지에 맞게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거나 대행기관으로 전송하는 방식 중 편리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기전을 보장해야 한다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에 대한 환자의 민원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등이다.

이들은 “국민과 보건의약계 모두가 반대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졸속 입법으로 통과시킨 국회와 금융위원회를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국민을 외면한 잘못된 판단과 결과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시민단체도 반발 대열에 합류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들은 실손보험,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수천만 명의 환자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악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의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민영화로의 커다란 한 걸음을 뗀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통과된 법안은 공포 1년 이후부터 시행되나 30병상 미만 의원급 의료기관 및 약국 등은 2년까지 유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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