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4년 만의 오프라인…실무중심 프로그램으로 진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11개국의 보건의료관계자와 국내·외 보건의료계 학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한 ‘제20차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오프라인 연수였던데다가 20차를 맞이해 건강보험 46년 운영 노하우를 집약하기 위한 실무중심, 참여자 중심 형태의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4년 만의 오프라인 연수 수요를 충족시키고 안전한 국제연수가 되도록 프로그램 구성부터 연수생 선발, 입·출국에 관한 사항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서 예년보다 더 꼼꼼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신문은 국제연수 전반을 총괄하며 성공적인 개최를 이끈 신순애 건보공단 연구국제협력실 실장을 만나 제20차 건강보험 국제연수의 특징과 예년 행사들과의 차별성 등에 대해 들었다.
신순애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된 현장연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및 건보공단 구로지사 방문 등 보험자 병원과 민원 접점의 실제 운영 현장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신순애 실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의 추천 국가인 캄보디아와 베트남, 역량 강화 업무협약을 맺은 아제르바이잔 지원자 등 좀 더 실무적으로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지원자를 우선 선발할 정도로 사전 호응부터 남달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WHO 서태평양지역,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업무협약 체결 국가 등 많은 보건의료관계자가 항공비 등 본인의 부담 비용이 있었음에도 모집 인원의 3배가 넘는 신청자가 제20차 국제연수과정에 몰렸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건보공단은 연수생들의 안전한 한국 체류를 위해 입출국 절차와 비자 발급 상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등 입·출국 준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체류 기간 중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수생들의 상시 연락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국제연수과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연수과정은 ‘국제사회 보편적 건강 보장(UHC) 달성을 위한 한국 보건의료시스템 운영 사례의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4개 모듈, 13개 강의로 진행됐다.
신 실장은 “공공 건강보장을 위한 연수 국가들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해외에 지역사무소를 가진 국내·외 기관과 보건의료전문가들을 만나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보장인구를 늘리고 급여 보장성을 확대할 수 있는가?’라는 공통된 과제를 도출하게 됐다”며 “결국, 건강보험의 단일보험자이자 구매자로서 지난 46년간 시도했던 건보 운영 노하우를 집약해 소개하는 내용 위주로 연수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즉,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 연수생들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 한국이 먼저 경험한 고민과 일맥상통하고, 이에 보험자로서 단시간에 건강보험 제도를 안정화한 토대와 실무 위주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이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신 실장은 “제도도입 초기에 이들과 같은 고민을 한 건보공단 내부 전문가를 통해 듣는 현장감 있는 강의와 토론은 사회·경제적 맥락의 차이를 뛰어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주요 강연자를 현직자들로 꾸려 새로운 국제연수 과정을 기획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건보공단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전달하되 강의내용이 편향되지 않도록 균형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는 게 신 실장의 설명이다.
신 실장은 “WHO 협력센터로서 보험재정 부문 역량 강화 프로그램 제공하기 위해 가입자의 자격관리와 보험료 부과를 통한 보험재정요소의 발굴, 재정 조성을 위한 징수, 보험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구매와 급여 관리까지 보험재정 관리자 역할을 업무 단위별 강의로 배치했다”며 “특히, 제도도입 초기 국가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보장인구 확대 및 재원 징수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공유를 위해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의 강의 및 질문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보공단만의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내용전달을 위해 학계(서울대학교) 및 관련 분야(카카오헬스케어)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했을 뿐만 아니라, 최신 국제 보건의료 이슈 교육을 위해 WHO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현직자가 직접 방한해 연수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도 가져 연수과정의 질을 높였다.
이처럼 건보공단의 국제연수과정은 참여국의 건보 제도 변화를 이끄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긴 하나, 제도의 변화라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맥락에 따라 변화에 대한 요구나 수용성의 정도가 달라지기에 연수과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전한 신 실장이다.
신 실장은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은 참여국의 사회·경제적 발전단계에 따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변화의 창이 열리면 제도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과 연결해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기적으로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 수료생들의 모임을 독려하는 등 연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과정과 제도 안정화를 위한 개발·협력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연구국제협력실은 기존의 연구행정부와 연구협력센터에 건강보험연구원의 국제협력부와 국제사업부가 편입돼 총 3부 1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행정부’는 연구사업계획 수립·진도 관리, 인사, 성과관리, 행정지원 등 연구원 기관관리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고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협력센터’는 건보공단에서 수행하는 연구과제의 필요성 및 적정성 등 수행 여부 심의·의결, 인간 대상 연구의 윤리적 타당성 등 주요 사항 심의·의결, 대내외 연구교류·협력체계 구축, 건강보험 관련 연구 협력 활성화 등의 역할을 한다.
‘국제협력부’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제도발전을 위한 해외 우수사례 수집은 물론 국제사회의 UHC을 위한 과제 해결 지원 등 국가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국제사업부’는 개도국과의 ODA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해 개도국 UHC 달성 지원 및 건강보험 제도 전반의 컨설팅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