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케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노동‧시민‧환자단체들로 구성된)와 대한의사협회가 국회 앞에서 개정안 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 루게릭 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은 9월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해당하는 노동자, 시민, 환자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법을 여기까지 끌고 온 국회는 누굴 위해 존재하냐며 이 법은 오직 민간보험사들의, 민간보험사에 의한, 민간보험사를 위한 법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이 법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보험사를 위한 것으로 이미 여러 차례 보험사들의 거짓을 드러낸 바가 있지만, 오늘 다시금 이런 입장을 밝힌다며 국회는 보험업법 논의를 중단하고 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은 보험사들이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축적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에게는 불이익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자 형태로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고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질병 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의 새로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부담보 설정,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는 소액청구가 쉬워 약간의 이득을 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정보를 축적한 보험사들의 갑질에 더욱 시달릴 것이라며 손해율이 높다는 눈가림으로 보험료를 쉽게 올리고 고액 보험금 지급은 거절하면서 이미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는 보험사들은 아픈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더 쉽게 돈벌이를 할 것이고 환자들은 더욱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처럼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기 위한 보험사-의료기관 직계약과 관련 있다고 했다.
이 법이 통과돼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청구자료를 직접 보내게 되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불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본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처럼 환자들은 보험사가 계약한 병원에서 보험사가 허용한 치료만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돈을 주는 보험사가 갑, 병원이 을이기 때문에 병원은 보험사가 미리 허용하지 않은 진료는 하지도 못 한다는 것.
시민사회단체들은 보험사들이 이번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근본적 목적이 여기에 있다며 환자에게 연간 2천억 실손보험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료법 규제를 허물어 의료기관 환자정보를 직접 가져가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의료민영화라고 규정했다.
만약 법사위 의원들이 여기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 역사적 과오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며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사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해 환자 정보를 넘기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과 약사법에 정면 충돌한다는 점도 법사위 의원들은 분명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약사법에 위배된다며 법사위는 내용에서 심각할 뿐 아니라 이처럼 기존 법체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와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이날 국회 앞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심의과정에서도 자료 전송방식에 대한 문제점, 전자적인 형태로 청구를 변경할 시 자료 집적이 용이해 데이터가 악용될 소지가 있는 문제점 등 많은 우려와 지적이 있었다”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과 불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보험사가 개인의 의료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면, 국민들이 보험을 가입하고 갱신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활용하게 되어,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험료 인상으로까지 이어져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민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있는 위험한 보험업법을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월에는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연대로 구성된 4개 단체 실손보험TF는 9월 13일 정오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의약단체들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