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진료권역 분리로 제주도에 상종 지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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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진료권역 분리로 제주도에 상종 지정 가능할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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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국회의원들, 진료권역이 걸림돌…제주도 특성 고려 지정해야
홍윤철 교수, 병상 확충 등 기존전략 수정 필요…지역 완결적 의료 제시

오는 12월 보건복지부가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현재 서울권역과 함께 묶여 있는 제주도의 상급종병 진료권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상급종합병원 추진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제주도 전체를 책임지는 지역 완결적 의료를 선제적으로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상급종합병원은 총 45개로 서울에 14개, 경기권에 8개, 강원도에 2개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상급종합병원 제도 시행 이래 단 한 차례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지 못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신동근, 고영인, 김영주, 서영석 의원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주도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신동근, 고영인, 김영주, 서영석 의원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주도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송재호‧김한규‧신동근‧고영인‧김영주‧서영석 의원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서울진료권역에 묶여 있는 제주, 과연 타당한가?’를 주제로 ‘제주도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의원들은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응급성과 전문성에 제주도민이 소외돼 있고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1만5,000여 명의 제주도민이 중증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제주 밖으로 원정진료를 떠나고, 그 비용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제주도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위성곤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제주도민의 수도권 병원 이용률이 높고 인구수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권역을 분리하지 않고 있지만 가까운 곳에 상급종합병원이 있다면 누가 굳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가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제주도민은 도내 상급종합병원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픈 몸을 이끌고 수도권을 왕복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제주시갑 송재호 의원도 “도민들의 수도권 소재 병원 이용률과 인구수 등이 그 근거라고 하지만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가운데 수도권 소재 병원 이용이 강제되는 상황이 뻔함에도 이를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단순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제주가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발했다.

제주시을 김한규 의원은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안 뜨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가 발병하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주도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복지부가 염두해 두기를 바라고, 제주도민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한 제주대학교병원은 상급종병에 지정될 여건과 환경을 충분히 갖췄지만 이미 14개의 상급종합병원을 보유한 서울권과 묶여 있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광역지자체마다 최소 1곳 이상의 종합병원을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김한규 의원도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지역적으로 균형있게 분포되도록 해야 한다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은 제주가 서울권역으로 분류돼 서울 대형병원들과의 경쟁에 말려 상종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제주도민들의 의료 이용 편의성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주도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제주 지역완결형 보건의료체계의 사령탑,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병원신문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주도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제주 지역완결형 보건의료체계의 사령탑,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병원신문

반면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는 제주도가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맞지만 기존 상종 지정 추진전략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 제주도가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왜 안 됐을까라는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제주대병원은 전문진료질환군(중증 및 희귀‧난치성질환) 비율을 지난해 32.9%로 타지역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상종 기준을 맞춘 상태고 현재 619병상을 800병상 이상으로 확충해 상급종병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진료권역을 서울과 분리해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과 경쟁하는 구도를 벗어나기 위한 연구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정기준을 개선 보완하겠다고 복지부가 밝힌 만큼 여기에도 기대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 교수는 “민원 적인 요청보다는 복지부의 문제,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를 만드는 상급종합병원 역할로 전략을 수정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다만 병상 수를 800병상으로 확대하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병상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병상을 늘리는 것이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현 윤석열 정부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그 내용은 없다. 그러므로 제주도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의 내용을 만들어 복지부에 제시하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며 “제주도의 상급종합병원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이끌어 가는 병원, 즉 지역의 의원부터 병원, 종합병원, 제주의료원까지 다 책임지는 체계를 만드는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가치기반의료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전략을 병상 확충으로 잡기보다는 1, 2, 3차 의료기관 네크워크 전략을 만들어 제주도 의료를 책임진다는 것을 복지부에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미래의료체계에 대한 비전 선언과 실현계획이 필요하고 섬이라는 특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만들어 모범을 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제주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은 지역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다보니 일반환자, 경증환자 수요가 넘치고 접근성에 대한 구분이 없기 때문에 의원에 가야 할 환자조차 대학병원에 몰려들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환자가 수평적으로 팽창돼 지역 의료체계가 마비되고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무제한적인 접근이 가능해 오히려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더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제주대병원의 경우 진료 외래 예약 대기가 일부과의 경우 2~3달이 넘어가고 있고 응급실과 외래는 과밀화 현상이 나타나 의료체계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지역거점 책임의료기관으로써 지역내 공공의료와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데 온전한 체계를 갖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통해 적어도 지역 안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2~3년 내 필수기준 충족을 위한 노력 끝에 지난해부터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고 기준을 충족하게 돼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지원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내 필요성과 효율성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지정 받고자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제주가 서울권역에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서울 소재 병원과 상대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며 서울과 똑같은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김 부원장은 “상종 지정이 된다고 서울대병원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최소한의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위한 중심병원으로 인력과 장비 충원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고 효율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통해 장기적으로 제주대가 가야할 방향성이기 때문에 상종 지정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제주대병원이 상종 지정을 통해 진료뿐만 아니라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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