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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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시급하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8.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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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醫, 보호 의무자 입원으로 방치된 정신질환 치료체계 우려
국가책임제 도입해 증상 악화 전 조기 발견 및 치료 시작해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가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된 중증정신질환 치료의 국가책임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8월 16일 성명을 통해 최근 수차례의 길거리 칼부림 사건과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이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언급되면서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언급으로 운을 뗐다.

특히, 과거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인 안인득 사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피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이후에도 제도적 개선은 전혀 없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의사회다.

의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감염 예방을 명분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시설 규정 강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유수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폐원했으며 전국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정신과 입원 병상이 단기간에 사라졌다.

아울러 지역사회 정신 보건 현장을 들여다보면 재활과 거주 등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탈원화 정책 때문에 당초 취지와 달리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회 곳곳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법입원제도를 국민안심입원제도로 변경하고 국민안심치료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의사회도 이를 지지하며 특히,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입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가족관계가 더이상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무한한 부양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보호의무자로서의 가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입·퇴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은 지지체계의 붕괴를 낳아 정신질환의 지속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이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환경에서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신체적·정서적 위험에 처하거나 환자 돌봄을 위해 자신의 생계나 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환자의 적절한 조기 치료 역시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사회가 당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도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시행이다.

이는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와 치료 체계 즉, 이송과 입원 과정 등에 필요한 정신응급체계를 조속히 구축하자는 의미다.

의사회는 “퇴원 이후에도 국가 책임하에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래 치료 명령 제도를 수정·보완해야 한다”며 “현재 입원 제도로는 자타해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조기 정신증 상태의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돼 위험해지기 전에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자타해 위험이 확인돼야만 이송·입원이 가능한 현재 제도는 입원 치료가 정신 증상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한계와 모순을 가지고 있으니 국가에서 정신질환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의사회는 “입·퇴원 과정에서 절차상 행정적 조력을 제공해야 하는 정신보건인력, 소방관, 경찰관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안전 확보 방안, 인력 충원 및 근무 시간 외 수당 지급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이송·입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보호장치도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의사회는 이어 “정신질환에 대한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신보건 현장과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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