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총량 규제 앞서 체계적인 분석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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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총량 규제 앞서 체계적인 분석이 먼저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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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권정택 정책부위원장, 전달체계 확립과 기능 재정립 수반돼야
복지부, 병상관리 강력한 정책 의지 피력…의료법 등 제도 개선 추진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수도권 병상 총량 규제 도입에 대해 병원계가 규제에 앞서 병상의 양과 관련해 지역별‧종별 적정 수준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 권정택 정책부위원장(중앙대학교병원장)은 8월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주최한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 등 관련 제도와의 연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병상 수급 문제를 양적 수준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는 것.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상수는 2023년 1분기를 기준으로 5만1,000병상이나 되고 전체 급성기병상(334,467병상)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병상이용률은 2020년 기준 40.6%(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로 병상 활용 면에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상 문제는 의원과 병원이 모두 외래 진료와 입원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라는 게 권 부위원장의 진단이다.

대한병원협회 권정택 정책부위원장(중앙대병원장)ⓒ병원신문
대한병원협회 권정택 정책부위원장(중앙대병원장)ⓒ병원신문

권 부위원장은 “현재의 병상 관련 문제는 병상의 기능별 구성과 병상 간 연계를 조율하지 못해 발생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총량 규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병상 자원관리 정책 수립시 먼저 병상의 양과 관련해 지역별 의료기관 종별 적정 수준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 등 관련 제도와의 연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상 자원은 총량의 증가도 문제지만 의료기관 종별로 병상 기능이 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부위원장은 “병상 자원이 과잉·중복 투자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기관 간의 기능 재정립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종별 가산율 등 수가 가산제도가 질병 위중도에 따라 환자를 의원‧병원‧상급종합병원 등으로 분산시키는데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통한 퇴출 구조도 병상 자원관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병상은 설치할 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며 막상 사용되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면서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인수합병이 불가능해 경영상태가 한계상황에 있더라도 파산하기 전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상 등 의료자원의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경영상태가 한계상황에 다다른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통해 퇴출 구조를 열어주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8월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8월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정부는 병상관리에 대해 강력한 정책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며 관련 법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법을 2019년 8월에 개정하면서 관련된 조치들을 강화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었다. 병상관리 시책을 중앙정부에서 수립하고 이에 따라 시도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의료법 조항을 2020년 2월에 시행했다”면서 “다만 그 시기에 코로나 상황이 펼쳐지면서 병상에 대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이 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력하게 정책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현재 의료법에 규정된 병상관리 시책을 지방정부에 방침을 시달하려고 준비 중이다.

오 과장은 “최근 시도 공무원 간담회를 거치면서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전달을 한 바 있다”면서 “시도에서 지역별 병상을 비롯한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사실상 행정적인 측면보다는 지자체장들과 지역사회의 협조와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했다.

오 과장은 “왜냐하면 이러한 정책은 어떻게 보면 규제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지자체의 이해와 상충 될 수 있다”며 “단적으로 지자체장, 시군구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의료기관을 유치하고 싶은 상황에서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오 과장은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사회 고나리 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의료법에 따라 시정에 어긋나는 신규 의료기관 개설은 제한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은 복지부가 강력하게 정책을 실시하고 지역별로 꾸준히 병상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억제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병상 관리를 필수의료 확충과 연계돼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병상 관리 총량 통제는 단순한 양적 관리 측면이 아니라 내부에서 구성과 기능, 의료기관의 역할을 고려해 필수의료 확충이나 공공의료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병상이나 의료기관의 기능 전환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정책을 적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개설 허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절차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의료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9개 대학병원 11개 분원에 대해선 하반기 병상관리 수급계획을 세우면서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오 과장은 “모든 병원들을 뭉뜽그려 좋다, 나쁘다로 말하기 어렵다. 이 모든 병원들이 단계적으로 병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어 각 단계마다 행정적인 허가가 필요한 만큼 의료법 개정, 행정적 절차가 강화되면 지금 진행 중인 병상 확대는 개선된 제도로 적용될 것”이라며 “아예 병상을 확충할 수 없게 만들 수는 없지만 속도 조절 또는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앞서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속 불가능한 병상수급정책 현황과 대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지금 당장 수도권 9개 대학병원 11개 분원 설립에 따른 6,600병상 확대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수도권에서만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 2028년까지 수도권에만 6,600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전달체계 정비하고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경쟁적 수도권 분원 설립에 억제가 필요하다는 것.

우 원장은 “과잉 공급된 병상에 수도권 분원까지 더해져 과잉 의료 이용을 부추기고, 국민 의료비 증가와 의료자원 낭비, 지역 간 병상 수급 불균형이 우려된다”며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으로 인해 6,600병상이 증설될 시 연간 요양급여비가 2조4,810억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산부산대병원 개원 직후 경남지역 병원 폐업률은 이듬해 1.4배(7%→9.9%)로 뛰었다”며 “결과적으로 지역의료 인프라 격차와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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