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의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의약품이 너무 쉽게 처방”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정부가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 특정의약품 처방을 제한하고 있지만 약 14개월간 5만8,495건의 불법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처방을 금지한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 특정의약품(이하 처방 제한 의약품)이 광범위하게 불법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 24일부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후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앱에 성기능 개선제, 다이어트약 등의 쉬운 처방이 가능하다는 광고가 진행되는 등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복지부는 2021년 11월 2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 제한 의약품’의 처방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했지만 2022년 12월 31일까지 약 14개월간 4만6,650명의 수진자에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처방 제한 의약품’이 처방됐으며 그 처방건수가 무려 5만8,495건에 달한다는 것.
특히 ‘처방 제한 의약품’ 처방건수의 약 5%인 2,993건은 19세 미만에게 처방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대면 처방이 이뤄진 ‘처방 제한 의약품’ 종류를 살펴보면 정신신경용제인 다이아제팜(diazepam, 28.0%)이 가장 많았고, 정신신경용제 알프라졸람(alprazolam, 16.8%), 최면진정제 졸피뎀 타르트레이트(zolpidem tartrate, 12.6%)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처방 제한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처방됐지만 실제 복지부가 사례를 적발해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단 1건(2023년 3월)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처방 제한 의약품’을 처방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 및 심사자 조정 등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했다는 입장이지만 마약류, 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이 이미 수진자에게 전달돼 회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인재근 의원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의약품이 너무 쉽게 처방됐다. 심지어 이번 보건복지부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례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처방 제한 의약품’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며 “비급여 마약류, 비급여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처방 실태는 확인조차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가 비대면 처방의 관리·감독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처방에서 나타난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분석해 제도 설계에 반영하고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화된 관리·감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