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 요양시설 임대 추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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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 요양시설 임대 추진 당장 철회하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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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노조, ‘현 정부 사회보장제도의 시장·민영화 정책 기조의 산물’ 비판

보건복지부 주최로 최근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가운데 당일 공청회 핵심 내용 중 하나를 두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해당 내용은 재벌·보험사에 토지·건물의 소유권 없이 요양시설을 임대해 운영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것이었는데, 복지부의 이 같은 행보는 현 정부 사회보장제도의 시장‧민영화 전략으로 해석된다는 것.

즉,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우리나라 복지정책 부문도 시장화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약자를 선별해 현금을 지원하겠다’라고 발언한 시장 중심 국정 운영 기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는 게 건보노조의 지적이다.

건보노조는 “이러한 정책 방향의 발표는 재벌보험사·금융자본의 요양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한 사항으로, 윤석열 정부는 요양·돌봄마저도 재벌보험사·금융기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시장화해 결국 복지제도까지 민영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증진과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단이고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는 등 개인이나 가계의 부담을 떠나 국가책임을 통한 보편적 사회복지제도라고 강조한 건보노조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양적인 성장과 달리 서비스의 질 향상과 수급자의 욕구 반영 등 수많은 개선사항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건보노조는 그중에서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 문제를 꼽았다.

실제로 건보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요양기관의 비율은 민간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중심으로 편향돼 있고, 2021년 기준 입소시설 5,988곳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전체 시설의 0.01%인 118곳뿐이다.

문제는 대다수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와 가족들은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이 보장되는 공공 요양시설에 입소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의 경우 150명 정원에 현재 대기 인원이 1,000명이 넘어 2019년에 신청한 대상자가 5년 만에 입소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국공립 시설입소 대기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는 노인 돌봄 서비스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공공부문 인프라 확충이 선행될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건보노조는 “공공부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돌봄 서비스 시장 내 민간·기업 참여를 강조한 ‘준 시장화’만 지시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 인상이나 국비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등 재정이 충분치 않아 돌봄서비스 질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돌봄 시장화가 강화될 경우 소득에 따라 양극화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 격차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돌봄서비스 제공에 민간 대기업의 참여를 더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는 게 건보노조의 지적이다.

건보노조는 “대통령의 지시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복지부는 지난 4월 현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타인 소유의 사유지나 건물을 임대해도 설치·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며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해 그동안 보험사들이 요양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고자 오랫동안 정부에 요청해 온 사항을 정식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보노조는 이어 “이미 KB손해보험과 대교 등 재벌 대기업이 장기요양 시장에 진출했고, 뒤이어 타 민간보험사들도 시장진출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보다는 민간의 장기요양 시장 진입을 더욱 쉽게 열어줘 대기업 이윤 추구 장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돌봄서비스 준 시장화 지시 후 보험업계는 이와 관련한 보험상품을 개발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기업 보험사가 운영하는 시설·보험상품 등을 이용 가능한 집단과 그러지 못한 집단의 차별적 환경에 내놓여지게 될 것이며 노인들의 차별적 돌봄을 비롯한 고액의 돌봄 비용으로 노후 대부분의 자산이 보험회사의 요양시설 입소비용이라는 블랙홀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건보노조다.

건보노조는 “현재 KB손해보험이 요양산업 진출을 위해 세운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1인실과 치매 전담실은 비용은 한 달 300만 원대에 이르고 있다”며 “애초부터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가 노인 돌봄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이고, 자본이 풍부한 보험회사가 굳이 건물이나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임대 방식으로 진입할 수 있게 바꿔 달라는 요청은 노인의 주거 안정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깝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건보노조는 이어 “이들은 직영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보험회사는 가맹수익을 추구하고 대신 소자본의 점주들이 곳곳에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 금융위원회와 보험사의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초기 투입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의 소유 규제 완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험업계가 노리는 것은 건강보험의 비급여를 보장해 주겠다며 실손보험에 진입했던 것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 비급여 항목에 다양한 보험상품을 끼워 팔겠다는 것이라는 게 건보노조의 지적이다.

건보노조는 “그동안 집권 이후 부자 감세와 한결같은 친기업, 친재벌 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보험사의 요양서비스 산업 진출은 대도시 중심의 시설집중과 난립 등 무분별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수익성 사업으로만 보여진다”며 “불안한 운영과 재벌만을 위한 기관확대로 입소자와 가족들의 불안, 부담감만 양극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건보노조는 “많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이윤 창출에만 목적을 둔 대기업의 민간 요양시설 활성화가 아니고, 단 1%도 채 되지 않는 국공립요양시설의 확대 즉, 나 자신 또는 우리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라며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의 시장화 정책에 건보노조는 국민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 강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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