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우실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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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우실리 사람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7.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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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 유려한 문장으로 호출
- 저자와 함께 타임머신 타고 가 현장서 담소하는 느낌

한광수 인천원광효도요양병원장이 최근 수필집 ‘우실리 사람들’을 출간했다. 우실리는 경기도 개성에서 전쟁을 피해 월남한 한광수 회장이 만 11세 때 이산가족이 됐던 아버지와 만나기 전까지 약 6개월간 머물렀던 마음의 고향이다.

이 책은 저자인 한광수 병원장이 한국전쟁 당시 피란시절 대구에서 신문을 판매하던 일, 피난지인 대구에서 6개월간 다니다 졸업한 초등학교의 은사님과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그리움을 담은 ‘김성제 선생님과 원순이’ 등 독자로 하여금 진한 향수와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글들로 가득하다.

부친이 쉰에 접어들어 얻은 아들이라는 의미의 ‘쉰둥이’인 한광수 병원장은 부친에 대한 그리움, 100살을 넘겨 장수하셨던 어머니, 그리고 두 딸과 세 형님, 여동생 내외 등 가족에 대한 기억과 애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또 군의관으로 입대해 해군의무감과 공군의무감, 공군항공의료원장, 서울시의사회장과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무대리 등을 역임하며 만났던 의료계 인사들과의 애틋한 우정과 추억도 엿볼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의권쟁취투쟁 과정에서 투옥, 약 한 달간 옥살이를 했던 경험담도 이 책에 담았다. 그는 ‘9下11’이라는 글에서 구치소 생활의 일상과 군대생활을 비교하며 ‘대인’다운 풍모를 드러내고 있다. 9下11은 그가 갇혀 있던 구치소 9동 하층 11호실을 의미한다.

오래된 과거의 일이지만 쉽사리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을 유려한 문장으로 호출해 완성도 높은 수필로 재탄생시킨 한 편 한 편의 글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 저자와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50년 이상 의사의 길을 걸어온 한광수 병원장은 의사수필동인 ‘박달회’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 온 작가로 그간 ‘아버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엄마, 엄마 미꾸리 안 먹어?’ 등의 수필집을 출간한 바 있다.

1940년생으로 팔순이 넘은 한 병원장은 어쩌면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수필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간의 인생 역정을 이 한 권의 책에 압축해서 담았다.

예비역 대령으로 예편한 군의관이었고 현재 외과의사이자 사회복지재단 이사장, 그리고 요양병원장으로서의 한광수 병원장 생애를 망라한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와 함께 찻잔을 앞에 두고 그윽한 차향과 옛 이야기에 스르르 젖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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