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 신설…환자안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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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 신설…환자안전 ‘UP’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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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
일부 약물의 부분 흡착 방지 위한 원재료 사용하는 수액세트
약물비흡착 '폴리올레핀' 재질의 수액세트.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우레탄(PU) 등의 소재를 사용하는 각종 제품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품목에 약물 흡착을 방지하는 수액세트가 새롭게 이름을 올려 주목된다.

이는 약물비흡착 ‘폴리올레핀’ 재질을 사용해 약물 흡착 문제를 해결한 수액세트를 의미하는데, 논란 10여 년 만에 식약처 고시 개정으로 이어져 향후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최근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제2023-41호)’ 고시를 통해 ‘약물 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수액세트(A79030.01, Intravascular administration set) △전동식 의약품 주입 펌프용 수액세트(A79030.02, Intravascular administration set for infusion pump) △인슐린 주입용 수액세트(A79030.03, Intravascular administration set for Insulin) 뿐이었는데, 이번 고시로 △약물 흡착 방지 수액세트(A79030.04, Drug non-absorbing, administration set)가 추가된 것이다.

수액세트는 정맥에 바늘 또는 카테터를 삽입해 용기에 있는 약액을 주입하는 기구다.

바늘, 카테터, 유량 조절기, 점적관, 여과기, 마개, 관, 접속기, 연결 침 등으로 구성되며 이 중 약물의 부분 흡착을 방지하기 위한 원재료(폴리올레핀)가 사용된 수액세트를 ‘약물 흡착 방지 수액세트’라 부른다.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PVC의 유해성 논란은 각종 포도당이나 식염수를 담는 용기인 ‘수액백’에서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수액백의 주 재질인 PVC의 제조 과정에 혼입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DEHP 등)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 생식독성이 검출됐고 이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후 환경부와 식약청(현재 식약처), 국회, 수액백 제조업계 등은 위해성 우려 문제 해결 및 ‘PVC 수액백’ 사용 근절을 위해 ‘non-PVC 수액백’ 교체 사용을 늘렸고 결국 병·의원에서 ‘PVC 수액백’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13년 PVC와 PU 재질이 주로 사용되는 또 다른 의료기기인 ‘수액줄’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터졌다.

혈관확장제인 니트로글리세린 등 일부 약물이 환자에게 제대로 투입되지 않고 수액줄에 달라붙는 바람에 약효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 위험성까지 존재한다고 확인된 것.

실제로 2017년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황성주·변호진 교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비롯해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A 및 타크로리무스 등의 약물이 PVC, PU, 폴리올레핀 등 3가지 재질의 수액줄에 얼마나 흡착되는지를 비교해 ‘국제약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수액줄 재질에 따라 모든 약물의 흡착 정도가 달랐는데, 대체로 PVC와 PU 재질의 수액줄이 폴리올레핀 재질 수액줄보다 흡착이 심한 편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타크로리무스를 4시간 동안 펌프식 수액줄로 주입할 경우 PVC 재질과 PU 재질에서는 각각 16.5%(오차 ±2%), 10.8%(오차 ±2%)가량의 약물이 중간에 사라진 반면 폴리올레핀 재질은 1.1%(오차 ±1.2%)만 사라져 PVC 및 PU에 비해 상대적으로 흡착 정도가 낮았다.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제2023-41호)’ 고시 내용 중 일부.

이처럼 문제가 커지자 식약처는 2017년 11월 29일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의료기기안전성정보모니터링센터 등의 단체·기관에 수액세트의 약물 흡착을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식약처는 “니트로글리세린, 사이클로스포린A, 타크로리무스 등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PVC 및 PU 재질의 수액세트로 점적주사하는 경우, 약물 손실이 발생해 사용 용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용 전 해당 의약품의 허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며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점적속도가 느리고 수액세트의 길이가 길수록 흡착률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뒤로 5년이 지난 2022년 11월, 식약처는 PVC와 PU에 비해 흡착이 덜한 폴리올레핀 함유 수액세트의 제조·유통·판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7개의 폴리올레핀 수액세트 제조업체를 만나 의견을 조회했고, 2017년 11월 29일 당시 병협과 의협 등의 단체·기관에 전달한 공문 내용 그대로 2022년 11월 29일에 재배포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2023년 6월 12일 약물흡착방지 수액세트가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식약처는 “의료기기위원회 심의 등 자문을 실시한 결과, ‘약물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의 신설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PVC 및 PU 재질의 수액세트에서 일어나는 약물 흡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올레핀 재질을 사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식약처 고시 개정으로 이어졌다”며 “단지 폴리올레핀은 뒤늦게 개발된 바람에 병·의원에서 사용도가 적다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번 개정이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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