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 부과 수면 위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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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 부과 수면 위로 급부상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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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유기 계기…복지부, 출생 미신고 전수조사 
김미애‧최혜영 의원 등 발의 다수 법안 국회 계류 중 논의 탄력 받을까?

간호법과 의사면허강화법 등 시급한 의료 현안으로 잠잠하던 출생통보제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000여 명 중 1%인 20여 명을 지자체에 확인하게 한 결과 생모가 영아 2명을 냉장고에 유기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한동안 관심 밖에 머물던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수원 냉장고 영아유기 사건을 “온몸이 아플만큼 충격적인 일”이라며 “태어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병행 도입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출산하고도 출생신고 안 된 아기가 2,000여 명으로 병원 밖에서 출산한 아기는 추적조차 불가능하고 누구도 생사를 알지 못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최소한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한 뒤,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여 아동의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면서 “보호출산과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복지위와 법사위에 각각 계류 중인데, 국회는 책임감을 갖고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조홍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출생통보제'와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6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조홍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출생통보제'와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정부안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최혜영‧신현영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들이 계류 중인 상태다. 

김미애 의원안은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 통해 통보하도록 하고 있고, 최혜영 의원안은 의료기관에서 출생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 출생증명서 또는 사망진단서 등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신현영 의원안은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임산부의 진료기록부에 입력하고,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전송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동근 의원안은 2021년 2월 24일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출산통보제가 도입될 경우 병원에서의 출산 기피 문제로 오히려 더 사산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의료기관의 행정적인 부담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정부가 발의한 안은 의료기관의 장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의료기관 장이 해당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한 경우 출생 후 14일 이내에 모(母)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 출생연월일시 등을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6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따라 경찰청‧질병청‧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의 소재‧안전 확인을 위해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차관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이 출생신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의 출생기록이 지자체에 자동 통보되는 ‘출생통보제’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산모를 지원하는 ‘보호출산제’가 조속히 도입되도록 관련 부처,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기관에 출생통보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 부담을 초래하고 오히려 병원에서의 출산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되면 병원에서의 출산을 회피해 산모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병원에 과도한 의무가 부과됨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신동근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의사·조산사 또는 그 밖의 분만 관여자에게 출생증명서를 송부하도록 함으로써 당해 의무자에게 부담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며 출생통보제와 관련한 시스템 구축 필요와 함께 관계부처와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도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기관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병원협회는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1건의 분만행위 종결 후 진료비를 지급받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산모 정보를 통보할 뿐만 아니라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며 “수범자에게 덜 규제적이거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수단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도 산모를 더 위험한 출산으로 내모는 제도로 스스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산모는 미혼모·미성년자 출산 등으로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이 그들의 출산을 강제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건 화장실 출산 같은 위험한 출산으로 산모를 내모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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