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논란에 ‘입법영향분석’ 법제화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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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논란에 ‘입법영향분석’ 법제화 필요성 대두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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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간호법 제정 논의의 발전 방향’ 보고서 발간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 예측 및 인력추계’,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 제언

지난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 끝에 부결된 간호법안을 교훈 삼아 ‘(사전)입법영향분석’ 법‧제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간호법안이 과연 법제정의 목적에 맞게 사전에 분석 과정을 거쳤다면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직역 간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확대되지 않았을 거라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최근 ‘간호법 제정 논의의 발전 방향: 입법목적 검토를 위한 (사전)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행 의료법의 한계를 명시한 입법목적에 맞게 간호법안이 시행될 수 있는가를 다시 논의하기 위한 (사전)입법영향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먼저 간호법안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 직역 간 논란과 갈등이 주로 간호법안의 3개 조문(제1조, 제5조, 제12)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제1조의 목적에서 ‘지역사회’ 간호, 제5조 간호조무사 자격 인정에서 시험응시 자격 규정의 ‘고졸 학력 인정자’, 제12조 간호조무사의 업무에서의 ‘간호사를 보조하여’가 문제가 됐다는 것.

보고서는 첫 번째 핵심 쟁점으로 간호사 업무 범위의 확대를 꼽았다.

간호법안 제1조 지역사회 문구와 관련해 간호사 단독개원 논란은 노인 만성질환자의 증가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집에 방문하거나 지역복지시설 등에서 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하도록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간호법안 제10조 제2호는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 나목과 같이) 간호사 업무의 핵심을 의사 등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진료행위의 위임 범위와 한계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정한 것으로 의사에게는 위임의 한계, 간호사에게는 위임된 행위의 한계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종속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법’ 제12조, 제1항에 ‘의료인이 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로 규정된 경우 외에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의사 등의 지도가 모호한 경우 간호사의 업무수행이 ‘자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어 의료기관에서가 아닌 지역사회에서는 간호사 업무 범위의 확대와 함께 의사와 간호사의 지도 종속-관계가 ‘역할 위계적 협업’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간호법안 논란‧갈등 조문 및 관련 입장
간호법안 논란‧갈등 조문 및 관련 입장

또한 보고서는 직역 간 논란 갈등의 두 번째 핵심 쟁점을 간호조무사의 지위(자격)와 역할로 보고 있다.

간호법안 제5조의 ‘고졸 학력 인정자’는 ‘의료법’ 제80조(간호조무사 자격)제1항 제1호에서 제6호를 이동해 재규정한 것이지만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학력 기준을 ‘고졸로’ 제한한 것은 ‘의료법’에서 간호법안이 분리‧독립됨에 따라 간호조무사를 의사와 간호사의 보조 인력에서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그 지위를 설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간호법안 제12조의 간호사 ‘업무 보조’는 간호조무사가 의사 등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를 모호하게 하고 간호사의 보조 인력이라는 간호조무사의 지위에 간호사의 ‘업무 보조’ 역할을 제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를 작성한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선임연구관은 간호법안이 가져올 ‘편익’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분석과 간호법안이 ‘수용 가능성’ 제고를 위한 이해 관계 조정이 요구된다며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 예측 및 인력추계’와 ‘지역간 협치를 위한 이해관계 조정’을 입법영향분석 과제로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관은 보고서에서 “간호법안이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하는 이유 또는 필요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간호‧돌봄 인력이 계속 공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서비스 수요 예측 및 인력 추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우선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 서비스의 수요 증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서비스 수요 증가의 양과 추세를 검증‧예측하고 현업 간호‧돌봄 인력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서비스 ‘미흡’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관은 “향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인력을 추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인력공급의 적정 수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나아가 간호법 제정의 또다른 이유인 간호 근무 환경개선 및 전문 간호사의 수급과 맞물려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 인력 배치의 수준과 제공 서비스의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수요 예측 및 인력 추계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간호‧돌봄 인력이 적정 공급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 주민의 요구와 서비스 접근성의 수준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간호법의 시행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영향, 즉 ‘이해 충돌’을 제어할 수 있는 간호사의 리더십 형태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의견‧주장에 대한 조회 및 사정(Focus Group Interview: FGI)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지위와 역할을 적합하게 설정하기 위한 이해관계 조정의 원칙을 ‘규범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선임연구관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정과 수련 기간을 달리하고 심지어 그 내용과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간호학의 이론과 방법에 기초해 환자의 회복과 재활을 돕는다는 간호 돌봄‧인력으로서의 ‘간호직 정체성(Nursing Identity)’을 공유하 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간호직 정체성 공유’와 ‘보조 업무수행’에 대한 공감적 인식이 우선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이러한 상호 인식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건의료 직역(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간 협치를 이루어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의료-간호-간병-요양-돌봄의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연계망)를 구축하는데 간호사의 ‘권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라는 것.

이 선임연구관은 “간호사는 ‘진료 보조’ 등과 관련해, 의사 등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분장에 따라 지역사회 통합서비스 연계망에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지도업무를 수행하고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간호조무사가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 인력으로 양성‧충원되는 적합한 자격 기준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간호사가, 의사 등으로부터 위임받은 ‘진료 보조’ 등의 업무를 재위임하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간호사 ‘업무 보조’로 제한한다면 양자 간 이해가 충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이해관계 조정의 원칙은 간호사의 권한과 업무수행이 간호조무사에 대한 자격규제 및 업무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간호조무사가 행하는 간호사 ‘업무보조’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간호사 지도의 책임 귀속기준을 간호법안에 보완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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