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 활성화 위해선 의료데이터 관장 ‘데이터 센터’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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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 활성화 위해선 의료데이터 관장 ‘데이터 센터’ 설치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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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범위 외 사용 치료제 급여화…의료기관 간 임상정보 교류 및 공동연구
국회입법조사처, 최근 발간 보고서에서 가칭 ‘정밀의료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고려 제안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국내 정밀의료 활성화를 위해 가칭 ‘정밀의료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법률에는 NGS‧임상데이터를 연계‧통합하고 안전한 활용을 관장하는 ‘데이터 센터’ 설치하고 허가범위 외 사용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NGS 분석 결과를 치료제 선택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며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연구 장려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최근 주요국 정책 사례를 비교‧고찰한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각 개인의 유전체 정보 환경, 및 생활양식의 개인차를 고려하는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유전체정보 분석 기술인 NGS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와 대용량의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저장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희귀유전질환과 암질환 분야에서 정밀의료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정밀의료가 구현되기 위해선 개인의 유전체 정보 및 의무기록 데이터의 통합, 인구집단 코호트(cohort) 구축, 클라우드(cloud computing)‧빅데이터 분석‧인공지능 기술 (AI) 등의 축적이 뒷받침돼야 하며 정밀의료의 핵심 요소이자 기반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건의료 데이터의 집적과 활용이다.

우리나라는 정밀의료의 기초인 보건의료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면 풍부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보건연구원 등에 전국민에 대한 진료‧투약내역, 건강검진 DB와 100만 명 표본코호트, 암 발생 통계, 93만 명분의 인체자원 정보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민간의료기관에서도 방대한 양의 전자화된 의무기록을 보유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9대 국가과학기술 전략 프로젝트에 ‘바이오정보 기반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포함했으며 보건복지부는 2021년 ‘보건의료 데이터‧인공지능 혁신전략(2021~2025년)’에 정밀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청사진을 포함시켰다.

혁신전략에는 한국인의 호발암 관련 데이터, 개인생성건강데이터 등 현장 요구가 많고 활용성이 높은 데이터를 우선 표준화해 병원과 기업 등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와 공유‧결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K-Cancer 등 한국인 특화 빅데이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질환 예측모형 개발 등 다양한 임상 연구와 정밀의료 촉진 핵심 의료데이터를 개방할 계획도 들어있다.

또 2023년부터는 100만 명 규모의 통합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맞춤형 치료‧정밀의료 등에 활용하고 임상‧유전체‧건강보험‧개인건강기록 등과 연계하여 고부가가치 국가 전략 자산화를 추진, 40개소 대형병원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해 임상 정보, 검진자료 및 사망원인 정보를 환자 중심으로 연계‧결합하여 연구자에게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밀의료 구현과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로 각 의료기관 NGS 데이터 및 임상데이터의 기관 간 교류가 단절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개개인의 진료기록이 여러 병의원에 분산돼 있고 NGS‧임상데이터가 종합병원 단위로 구축돼 각 의료기관 내에서만 폐쇄적‧독점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밀의료 개념을 실현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통합 빅데이터를 갖추지 못했으며 민간의료기관에게 NGS‧임상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종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민간부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NGS 검사를 통해 특정 발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더라도 그에 맞는 치료제를 즉시 투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폐암을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 후 의약품 출시 당시의 적응증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처방해왔다면 정밀의료는 NGS 분석 기술로 인해 암종을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의 분자적 특성에 따른 아형(EGFR, ALK, RET, KRAS 등)으로 분류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선택하게 된다.

정밀의료의 항암제 선택 방식은 종래의 ‘허가범위’ 기준방식과는 달라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암 치료제로 시판 허가돼 통용되고 있는 기존의 약제가 암 돌연변이 유형을 기준으로는 특정 폐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제시되더라도 현재 간암 치료제 처방을 폐암 환자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말기암‧난치암 환자들의 경우 시도해 볼 만한 치료제가 있어도 해당 암종에 대하여 허가를 받지 않은 치료제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우리와 다르게 미국은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FDA 승인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을 규제하지 않으면 합법적이다. 단, 의사가 허가범위를 벗어나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제약 회사가 적응증을 벗어난 내용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항암제의 허감범위 외 사용에 대해 미국은 전문의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이는 주마다 다르지만 종양내과전문의에게만 항암제 처방 권한을 부여한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핀란드는 게놈 정보와 핀란드 국민의 의료데이터를 결합시키는 대규모 정밀의료 프로젝트 핀젠(FinnGen Research Project)을 2017년 시작했다. 2013년 시행된 ‘바이오뱅크 법(Biobank Act)’을 근거로 정밀의료 실현에 필요한 유전체 빅데이터가 만들어졌다.

또 2019년 5월 핀란드는 ‘보건복지데이터 2차 이용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통계작성이나 과학적 연구개발 및 혁신 활동, 교육, 지식관리, 규제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해 전국민의 보건의료데이터를 광범위하게 2차 활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한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및 의약품 개발 회사는 유일한 데이터 허가기관인 Findata를 통해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미국과 핀란드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정밀의료 발전을 위해 △데이터 센터 설치 △허가범위 외 사용 치료제 보험 급여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연구 장려 등을 담은 가칭 ‘정밀의료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려면 NGS‧임상데이터가 의료기관 간에 개방‧공유돼야 하므로 이들의 연계‧통합 및 안전한 활용을 관장하는 ‘데이터 센터’ 설치가 필요한 만큼 미국‧핀란드와 같이 정부가 주도해 이러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에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가 집적돼야 한다고 했다.

또 규제기관에 의해 승인된 정밀의료 전문의료기관에서 NGS 변이 해석을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자종양위원회가 결정한 치료제를 다학제 위원회가 심의해 채택한 경우 ‘허가범위 외 사용’일지라도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건강보험에서 급여할 필요가 있으며 NGS 검사의 유효성‧안전성 등을 인정해 건강보험에서 급여하고 있으므로 NGS 분석 결과를 치료제 선택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말기암‧난치암 환자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를 장려해야 하다면서 현재 각 의료기관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설치했지만 활동이 미진한 분자종양위원회의 운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파편처럼 곳곳에 흩어져 고립돼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가 결합‧연계돼 사회 공유 자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집적‧개방‧활용돼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개인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형성하고 신뢰를 높일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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