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병원 진료 현장 아비규환…정부 대책 현장에선 효과 없어
“저희는 끝까지 어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안전한 제도 아래서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 및 정치권에게 전문가입장에서 충언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회구성원과 함께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는 6월 9일 오후 5시 용산드래곤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국민과 함께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정책 개발을 해 주시기를 정부에 간곡히 요청한다”며 어린이 진료체계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제도 미비로 2010년 대구 장중첩증 여아 사망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불행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아우성치고 길에서 아이들이 사망한 사고가 언제인데 아직 정치권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 측에 의견을 여러번 전달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개선되어지지 안고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며 부족한 소아진료 인력은 충원되어지지 않고 정부는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정책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인적자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소아 필수의료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는 범부처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무총리 산하에 ‘소아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 구성을 시급히 요청했다.
또 아동병원협회는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방안으로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아동건강정책국 및 1339 조직 신설 △국립대병원 소아 응급, 소아 종양, 신생아, 소아 중환자, 소아 외상 분과 교수 확보를 위한 정원 조정△전국 200여개 시군구 소아인구 비례 1‧2‧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안하고 전문가 조직과 논의와 협의를 거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1‧2‧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에 따른 소아 진료비 재정립 △거점 응급의료기관 사후 보장제도 확대 △2016넌 설립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시스템 전국 모든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지정 △소아청소년과 인적자원 충원 △배후진료 교수진 충원 방안 마련 △입원 전담의와 정규직 교수 임금 역격차 해소 △경증환자 수용가능 지역 1‧2차 의료기관 지원 △24시간 콜센터 제도 폐기 △행동발달증진 지역센터 설립 구축 등을 함께 제안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동병원장들은 ‘이대로는 소아환자가 모두 난민이 된다’며 격노했다. 이들은 소아진료체계는 이미 붕괴됐다며 아동병원도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아동병원들을 위한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양동 회장(창원 서울아동병원장)은 “아동병원이 지금처럼 소아 환자와 보호자곁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소아환자 진료에 사투를 벌이며 한계점에 도달한 아동병원이 소아 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보건당국이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줘 보여 주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소아 환자를 위한 알맹이 있는 소아진료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붕괴 원인 및 아동병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강은식 부회장(대전 봉키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소아진료 대책이 오히려 탈 아동병원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실태조사사 결과 의료진 등의 탈 아동병원화로 인해 향후 야간 및 휴일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아동병원이 전체의 7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3개월 이내 진료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병원 비율이 30%가 넘으며 3~5개월 이내 45%까지 더하면 5개월 이내 소아진료 버팀목인 아동병원 대부분이 야간 및 휴일 진료에서 철수하게 된다고 했다.
강 부회장은 “진료 시간 감축 이유가 진료 의사수 감소(34.2%)와 근무직원 이탈(32.9%)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소아진료 대책으로 아동병원 의료진의 상급병원으로 탈출은 더욱 가속화돼 의사 미충원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의사 이직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는 아동병원이 무너진다는 것.
김근무 부회장(동탄 센트럴아동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만 강화하게 될 경우 아동병원의 의료인력들이 결과적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직할 것이고 이는 아동병원 의료진들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번아웃 상태로 급성 감염성 질환 환자들이 내원할 아동병원이 사라져 야간, 주말 진료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소아청소년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는 아동병원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사수 부족보다는 여건과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인규 부회장(천안 두정이진병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는 의사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생긴 문제로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상승 대책과 함께 현재의 아동병원이 활성화대 소아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소아청소년과를 살리는 정책이 함께 도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병원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전시행정이라고 일갈하며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이홍준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은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진료 현장에서의 반응은 오히려 지정 반납을 고려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닌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돼야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동병원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8시간으로 전공의와 유사하다”며 “일부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으로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 달빛어린이병원 진료 현장을 직접 살펴본 후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시 말해 10년 동아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평가는 부재한 가운데 휴일 및 야간 진료가 제공되지 않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응급실 과밀화를 초래할 뿐이지 달빛어린이병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 간의 격차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