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형사처벌이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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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형사처벌이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져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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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 1인당 연간 기소건수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
필수의료 형사처벌 면책 ‘필수의료특례법’ 제정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해야
복지부 박미라 과장, “의료인 의료사고 부담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개선 방안 검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6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의료현안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6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의료현안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료계가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필수의료 형사처벌 면책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함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6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의료현안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경향이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 과도해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봉식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주요 처분 결과 10년간 경찰에서 의사를 기소한 건수는 4,397건, 검찰은 2,527건으로 매년 기소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결과는 활동 의사 수 대비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벌화 비율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평균 의사수 13만536명 중 검찰에서 처분된 의사 건수는 758.8 건이며 이중 기소된 의사는 336.9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평균 의사수 41만462명 중 입건 송치된 의사는 평균 65.2건, 기소된 의사는 4.2건에 불과하다.

영국은 2013년부터 2018년 동안 평균 의사 21만6,008명 중 경찰 접수 24건 중 기소된 건수는 1.3건이며, 독일은 검사에 제출된 법의학 감정서 중 의료과실이 인정된 건수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404건의 사망 건수 중 17.2건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연간 기소 건수가 일본의 256배, 영국의 895건이라는 게 우봉식 소장의 지적이다.

우 소장은 “인구가 많고 소송이 많다는 미국조차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라며 “지난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에서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으로 인한 경우는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 위반의 경우이지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 소장은 “특히 2012년 분쟁조정중쟁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업무상과실치상은 3,557%, 업무상과실치사는 192.7% 증가했다”면서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영국 특수범죄수사부 접수 추이는 2014년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10건 이하로 접수되고 의료재판소(MPTS)의 의료인 징계 청문 현황을 보면 연평균 5.4건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수술이 많고 인구도 4억이나 되는데 의료행위 관련 범죄는 242건 밖에 안되는데 우리나라는 3천건이 넘는다는데 이게 과연 맞냐는 것이다.

우 소장은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에서 의사의 기소율이 높은 사유에 대해 국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문구를 꼽았다.

그는 “일례로 독일은 수사결과 공소제기를 위한 ‘충분한 근거’가 밝혀진 경우 공소가 제기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폭넓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혼내주면 사회 정의가 확립될 거 같다는 마음으로 기소를 남발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피해는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면서 “필수의료 분야 기피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에 이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가 주된 이유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에 관해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내용의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함께 당사자 간 합의시 기소권이 없고, 합의 불성립 시 의료분쟁조정중재를 거치고 조정이 불성립됐을 경우 민사재판과 조건부 기소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경찰과 검찰 내 의료사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법부의 판례가 필수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법원이 판결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토론을 주최한 신현영 의원은 직접 발제를 통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무과실 분만 국가 전액 배상법 과정을 설명하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착한 사마리아인법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신 의원은 △필수의료 정의와 범위 규정하고 구체적인 우선 순위를 심의 위원회서 논의 △모든 국민이 필수의료 동등하게 제공받을 권리 규정 △붕괴되는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 책무 규정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 실시 및 구체적 대안 마련 △필수의료 종사자 양성 및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지원 △필수의료 종사자 전문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기전 논의 체계적 진행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 및 면제, 국가보상체계 강화 규정 등의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제정법을 곧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번주 필수의료 제정법을 발의할 계획이고 무과실 분만사고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행위의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국가가 보상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간 신뢰 관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처벌이 필수의료 분야의 전공의 부족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로 인해 의료인들이 고초를 겪고 나서 2019년부터 전공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감소가 되기 시작했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감소 현상이 너무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고위험 저보상, 저출산, 징벌적 사건이 이같은 현상에 불을 질렀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지방은 전공의 숫자가 메말라가고 있다. 내년이 되면 30% 이상의 병원에서 전공의가 전무한 상태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가 없어도 일시적으로는 운영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국가보상은 전체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필수의료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이사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확대는 필수의료부터 해야 한다”면서 “진료 결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용이 제일 먼저 돼야하고 중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환자 분류와 진료권에 대한 권한을 의료기관에 줄 것과 착한사마리안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를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줘야한다”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고 의료진이 환자 분류했는데 나중에 문제 생기면 결국 의료진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이 방어 진료를 하기 위해서라도 경증 환자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서 “착한사마리아인법 등을 통해 형사소송을 면책하는 법안이 생겨야 의료진도 환자의 안전뿐 아니라 의사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의사의 권리를 위한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호소에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부담 경감과 함께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는 의료행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전문성, 밀행성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의료인과 환자간 균형적인 공격과 방어수단을 갖추고 난 이후 형사처벌화 경향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과장은 “지난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의료인들이 느끼고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을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부담감을 완화하고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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